"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전몰군경·순직군경에 보기 힘들어"
[파이낸셜뉴스] 6·25 전쟁 당시 쌀을 옮기는 등 부역에 동원됐다가 북한군에 총살당한 이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지방보훈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유공자 등록거부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2월 서울지방보훈청에 아버지 B씨에 대한 국가유공자 유족 등록 신청을 했다. A씨는 부친이 6·25전쟁 당시 국군의 지시를 받고 창고에 보관 중인 쌀을 옮기는 등 부역에 동원돼 활동하다가 북한군에 체포돼 1951년 10월 총살됐다고 주장했다.
보훈심사위원회는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이에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국가유공자법상 전몰군경 또는 순직군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한 참전사실확인서가 발급된 사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2010년경 작성한 6·25사변 피살자 명부에 B씨의 이름이 기재돼 있는 사실 등은 인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전투, 이에 준하는 행위 또는 이와 관련된 교육훈련 중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며 "'전투, 이에 준하는 행위' 또는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주변인의 진술을 감안해도 '전투 또는 이와 관련된 행위 중' 혹은 '군수품을 보급하고 수송하는 등의 지원행위 중' 사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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