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향후 15년 이상 국내 원전 산업의 먹거리를 책임질 체코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가 임박하면서 수주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업계는 30조원 규모의 이번 사업을 수주하면 유럽 원전 시장에서 확실한 인지도를 구축, 수주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 가능성↑
16일 업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이르면 오는 17일(현지시간) 30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한다. 체코 신규 원전 프로젝트는 프라하 남쪽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각각 원전 2기씩 총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오는 2029년 건설에 착수해 2036년 원전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주 성공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달성하는 한국형 원전 수출 쾌거가 된다.
현지에서는 한국의 수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번 우선협상자 대상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국전력기술 등이 '팀코리아'로 입찰에 참여해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양자 대결을 펼치고 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K원전은 품질과 가격경쟁력, 적기 시공능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이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건을 기간 안에 완료한 경험을 갖춰 체코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프랑스보다 가격은 물론, 납기 준수 경쟁력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전 건설에서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 추가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온 타임 온 버짓'(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은 큰 강점이다.
아울러 체코 현지에서는 EDF가 러시아 원자력 산업과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 한국의 수주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진행 중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 설비를 책임지는 팀코리아의 중심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의 원전 주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 등 핵심 기기) 제작업체로 1980년대부터 제작 경험을 쌓으며 검증된 기술을 인정받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번 수주 성공시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와 주설비 공사 등으로 8조5480억원의 공사비를 따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체코 프로젝트는 원전 건설뿐 아니라 설계, 운전, 정비 등 원전 생태계 전반을 수출하는 것"이라며 "이번 수주를 따내면 국내 원전 생태계에 15년 이상의 일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원전 시장 안착 분수령
체코 원전 수주는 유럽 원전 시장에 K원전의 깃발을 꽂는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유럽은 원전 발주가 활발한 지역 중 하나다. 올해 초 유럽연합(EU)은 탄소중립산업법을 마련하면서 원자력발전기술을 탄소중립 기술에 포함시켰다. 다수 유럽국가들이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며 탈원전을 내세웠지만 러우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위협과 탄소 중립을 위해 다시 원전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폴란드·루마니아·슬로베니아·헝가리·튀르키예·영국·스웨덴·네덜란드·핀란드 등이 원전 건설 계획을 앞다퉈 세우고 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 받는 소형모듈원전(SMR)으로 미래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SMR은 건설 비용이 적고 위험성이 낮아 원전산업계의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설계업체인 뉴스케일파워에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현재까지 1억4000만 달러의 지분 투자를 하는 등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 거듭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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