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유무 부처 수장 논란
현상유지 관리자 원치 않아
업무 이해와 혁신 의지 봐야
현상유지 관리자 원치 않아
업무 이해와 혁신 의지 봐야
기업의 인재를 규정하는 두 가지 잣대가 있다.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다. 스페셜리스트는 흔히 말하는 전문가 집단을 가리킨다. 특정 분야에 깊은 이해와 전문지식을 갖췄다. 반면 전문분야를 벗어나면 시야가 좁다. 제너럴리스트는 이것저것 다 할 줄 아는 팔방미인이다. 다만 두루 잘한다는 건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말과 같다. 전문성이 취약하다는 얘기다.
두 유형은 몰입과 유연성을 대표한다. 스페셜리스트는 한 우물을 깊게 파는 특성상 업무에 대한 몰입도가 높지만, 협업 측면에선 유연성이 떨어진다. 제너럴리스트는 넓은 안목으로 업무를 연결 짓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전문분야의 몰입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요즘엔 T자형 인재가 유행이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넓은 지식과 소통능력을 발휘하는 인재가 T자형 인재다. 특히 관리자급에서 T자형 인재에 대한 갈증이 많다. 그런데 이런 T자형 인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란다. T자형 인재가 되는 길은 크게 두 갈래가 있다. 전문성 있는 스페셜리스트가 다방면의 경영지식을 쌓아 T자형 인재가 되는 길이다. 요즘 IT 전문가들이 뛰어난 경영수완까지 갖춰 성공하는 사례들을 보면 이해가 간다. 반면 제너럴리스트가 뒤늦게 전문성을 갖춰 T자형 인재로 거듭나는 건 상대적으로 어렵다. 각자의 노력에 달렸지만.
어떤 유형이든 딱 부러진 정답은 없다. 분명한 사실은 선택된 인재가 기대한 성과를 만들어내느냐 여부다. 특히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할 때 고민이 커진다. 스페셜리스트를 선택하는 판단은 간단하다. 현 조직이 부족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보충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제너럴리스트를 영입할 때다.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기대는 크게 변화와 현상유지를 꼽을 수 있다. 기존 조직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주길 바란다면 제너럴리스트를 영입하면 될 일이다. 그는 혁신 혹은 융합을 통해 성과를 추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현 조직이 문제가 있다면 제너럴리스트에게 개선 혹은 현상유지를 원할 것이다. 성과 목표의 난이도 순으로 따지면 변화를 표방하는 제너럴리스트가 최고의 카드다. 현상유지론자에겐 조직의 생존유지 정도만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조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이 금융위원장과 환경부 장관 자리를 꿰차면서 '기재부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기재부 출신 관료들의 정부 요직 약진은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재부 출신 관료들이 다양한 업무 노하우가 뛰어나 다른 부처의 수장으로 손색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반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을 낳는다. 사실 이런 인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다른 일부 부처의 장관직도 전문성 논란을 빚은 인사들이 업무를 수행 중이다. 현 정권뿐만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반복돼온 일이다. 전문성 논란에 휘말리는 제너럴리스트가 정부 요직에 발탁되면 흔히 쓰는 어법이 있다. 소통을 잘하겠다는 것이다. 소통은 제너럴리스트가 갖춰야 할 당연한 자격요건이자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자격요건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기업이든 정부든 그 수장은 '업(業)의 본질'을 꿰뚫어봐야 한다. 다양한 기본지식과 상식을 갖췄더라도 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게 제너럴리스트가 갖출 최소한의 자격요건이다. 업의 본질을 모른 채 헤매는 리더에게 행정조직이 끌려다니다간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된다. 나아가 업에 대한 이해가 바로 서야 정책목표와 예상 성과도 명확해진다. 제너럴리스트의 자질과 목표 동기를 보면 그 부처의 미래 성과는 이미 예견 가능하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전문성 논란을 빚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정쟁 위주로 도배된다면 국가적 손실이다. 장관 후보자도 국회의원도 부처가 추구하는 업의 본질과 목표 성과를 집중적으로 질문하고 답해야 한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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