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가 전하는 시청역 사고 현장
"누가 와도 손쓸 도리 없이 처참
무릎 꿇고 앉아있던 생존 피해자
괜찮냐 물었지만 대답 못하더라"
"그 쪽으로 가던 중이었는데, '쾅'하는 굉음이 폭탄 터지는 소리처럼 엄청 크게 들렸어요."
"누가 와도 손쓸 도리 없이 처참
무릎 꿇고 앉아있던 생존 피해자
괜찮냐 물었지만 대답 못하더라"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 신모씨는 시청역 8번 출구 바로 앞 인도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가해 차량인 제네시스 G80차량이 돌진해 인명 피해를 낸 뒤 멈춘 곳이다. 신씨는 여의도에서 귀가하면서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시청역 인근에서 내렸다가 굉음 소리가 나자 사고를 알아차렸다고 한다. 그는 "사람이 쓰러져 있는 걸 보고 어떻게 도와줄 수 있나 없나 해서 이제 건너와서 사람을 살폈다"고 전했다. 기자가 지난 11일 만난 사고 목격자 신씨 이야기다.
■ "흥건한 피... 돕기엔 너무 늦어"
그는 먼저 가해 차량으로 다가갔다. 차량 안에 있는 운전자와 동승자가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어 신씨는 도로변에서 피해자 세명을 발견했다. 그는 차들이 못 오게 막은 뒤 도와주려고 가까이 다가갔으나 보자마자 이들이 사망한 것을 알아챘다.
신씨는 "피가 흥건했고, 외관으로만 봐도 이 분들이 사망했다는 걸 한 눈에 알아봤다"면서 "어떤 의사가 오더라도 손 쓰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다"고 전했다.
그는 차가 운행해 온 방향을 따라가다가 보호펜스를 뚫고 차량이 돌진한 지점에서 피해자들을 추가로 발견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이 죽어 있는 줄 몰랐다"며 "예전에 건설현장에서 일하면서 온갖 사고를 봤지만 이런 큰 사고는 처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는 "그쪽에서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며 "그 사람에게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나도 모르겠다', '뭔가 툭 치고 지나갔는데 나는 지금 깨어났다'"고 했다. 신씨가 괜찮은지 물었으나 해당 피해자는 말을 못했다고 했다.
신씨는 이후에도 현장을 지키며 다른 차량이 오지 못하게 막았다고 한다. 그는 "도우려고 한 세네 번 왔다 갔다 하니까 그때 경찰이 왔다. 한 18분쯤 뒤였다"며 "지켜보다가 마지막으로 경찰들이 떠날 때, 새벽 5시쯤 나도 자리를 떠났다"고 말했다.
■ "매일 찾아와 희생자 명복 빌어"
신씨는 사고 후 이튿날부터 지난 11일까지 10일간 매일 사고 현장을 찾았다. 그는 자신이 사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안도감과 미안함을 함께 느낀다고 했다. 그는 "나도 종이 한 장 차이로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면서 "현장에 있었는데도 많이 도와줄 수가 없어 미안하고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자에 대해서는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을 했는데, 정말 급발진이었더라도 차라리 가게 같은 곳에 박았으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씨는 지난 11일 사고 현장 인근에 차려진 서울시 중구청 소속 심리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30분이 넘는 긴 상담을 거치고 신씨의 표점은 조금 편안해졌다. 신씨는 "그냥 있으면 잊을 수 없어 나도 모르게 발길이 이쪽으로 향한다"면서 "죽은 사람들에게 명복이라도 빌고 인사도 해야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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