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의 그림자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6 18:18

수정 2024.07.16 18:18

이주미 증권부 기자
이주미 증권부 기자
"단군 이래 최대 호황기."

올해 상반기 코스닥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여의도 증권가의 평가다.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들이 대부분 희망밴드를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한 데다 일반청약 경쟁률도 치솟는 등 IPO 시장에 투자자들이 앞다퉈 몰려 왔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투자심리가 완화된 가운데 상장 첫날 가격제도가 바뀌면서 불타 올랐다.

지난 2022년 빙하기를 기억하는 기업들은 황금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잇따라 상장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역대 최다 상장' 기록을 쓴 지난해를 넘어설 기세다.
최근 새내기 종목들의 상장일 수익률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대어급들의 입성 예정 등으로 여전히 활기찬 분위기다.

코스닥시장의 문턱이 북새통을 이루는 반면, 내부까지 그 분위기가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 연내 3000 선 돌파를 노리고 있는 코스피지수와 달리 코스닥지수는 850 선이 무너지는 등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이 최고 상승장을 기록하는 것을 보고 있자면 더욱 뼈아프다. 수많은 기업이 큰 관심을 받으며 코스닥시장에 들어서고 있지만 정작 시장은 부진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코스닥시장이 커지는 몸집에 비해 질은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2022년 말 기준 코스닥 상장사의 한계기업 비율은 20.5%로 2017년 9.8%에서 5년 사이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코스피 한계기업 비율이 8.0%에서 11.5%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코스닥 상장사 5곳 가운데 1곳은 영업활동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의미다.

기술특례상장 제도 등을 통해 진입문턱을 낮추며 대문을 활짝 여는 동안 부실기업에 대한 퇴출은 느리게 이뤄진 결과다.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상폐 사유 발생 등의 이유로 거래가 정지된 종목은 총 73곳이다. 이 가운데 거래정지 기간이 1000일을 넘는 기업은 10곳에 달한다. 퇴출 위기에 처할 만큼 부실하지만 아직 시장에 남아 있는 '좀비기업'이 상당한 셈이다.

한계에 다다른 기업들이 증시의 가치를 끌어내리면서 코스닥시장이 이른바 '껍데기만 큰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밸류업에서 부실기업 적시 퇴출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이에 공감하고 관련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량 혁신기업은 더 쉽게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적시 퇴출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IPO시장의 훈풍이 코스닥시장 내부까지 불기를 바란다.

zoo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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