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가브리엘 아탈 총리가 결국 사퇴했다. 지난 7일 치러진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의 앙상블 연합이 2위에 머무는 대신 좌파연합이 1위를 기록하면서 총리 자리를 내놓으라는 1위 연합정당의 목소리에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아탈 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면서 오는 26일 시작하는 파리 올림픽 기간 만이라도 현 내각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야당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WSJ에 따르면 프랑스 국회는 18일 개회해 하원 차기 의장을 선출하면 새 총리 인선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탈 총리 사표 수리는 올림픽 기간 만이라도 현 정부가 치안을 담당토록 하자는 제안이 먹히지 않을 정도로 의회 내에서 마크롱의 입지가 크게 약화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날 사퇴한 장관들은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현직에 머물게 되지만 그 권한은 크게 축소된다. 사퇴한 내각은 행정 업무만 담당할 뿐 예산 편성 같은 새로운 정책을 펼 수는 없다.
파리 판테온소르본 대학 공법학 교수 벤저민 모렐은 마크롱 내각이 행정을 맡기는 하지만 권한은 크게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의 정치생명을 건 조기 총선 도박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극우 국민전선(RN)이 지난 6월 30일 1차 투표에서 1당을 예고하며 프랑스 시민들을 각성시킨 덕에 7일 결선 투표에서는 3위로 밀려났다. 급격한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는 했지만 RN이 원내 3위 정당이라는 거대 세력이 되도록 마크롱이 돗자리를 펴 준 셈이 됐다.
마크롱의 앙상블 연합은 군소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를 딛고 2위를 기록해 비교적 선방했다. 그렇지만 마크롱이 크게 견제했던 좌파연합인 신민중전선(NPF)은 1위에 올라 의회 최대 세력이 됐다.
과반 세력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프랑스 의회는 서로 융합하기 어려운 3가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정당 연합 간 각축장으로 변했다.
보수 정당인 공화당, 중도 좌파 사회당과 연합해 내각을 구성하려던 마크롱의 계획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NPF 내 1위 세력인 극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뤽 멜랑숑 대표는 마크롱에게 NFP에 총리 지명권한을 넘기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렇지만 NFP 안에서는 극심한 이견으로 총리 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총리는 대통령이 지명하지만 의회는 불신임 투표로 맘에 안 차는 총리를 쫓아낼 수 있다. 577명으로 구성된 하원에서 최소 289명이 동의하면 내각은 사퇴해야 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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