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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가입이 추진 시점에서 바라본 유엔사의 흥망성쇠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8 06:00

수정 2024.07.18 10:23

 -유엔사는 한국의 자유 지켜줘... 집단안보 실현 가능성 보여준 핵심 
 -‘정전체제’ 유지와 ‘전력제공’ 조율, 제2의 6·25전쟁 발발 억제해 와
 -지난 정부, 유엔사에 부정적... 유엔사도 불편, 성과 매몰 위기 처해
 -유엔사 관계자 사석서 북한 두둔하는 한국에 불편한 심기 드러내기도
 -독일, 2019년 유엔사 신규 회원국 가입 노력도 한국정부 거부로 실패
 -지난 정부하 유엔사 찬·반론자 대립 극에 달해 내부발 남남갈등 조성
 -현 정부, 유엔사 필요성·역할 강화 힘 실어줘...독일 신규 가입 의미 커
 -유엔사, 역사적 퇴물·냉전 유물 아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플랫폼
 -나토국인 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지정학적 융합 기제 더 강화될 전망
 -북한 오판 막는 대북 억제력, 러북밀착 견제 상쇄... 시너지 창출 가능
 -당사국 한국군의 DMZ·JSA 투입에 유엔사 승인 등은 개선해 나가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유엔군사령부(유엔사)는 한반도뿐 아니라 국제안보 차원에서도 역사적 의미를 간직해온 조직이다. 우선 한반도 차원에서는 유엔사는 북한의 침략전쟁에 맞서 싸워 한국의 자유를 지켜 준 주역이다. 한편 국제안보 차원에서 유엔사는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 벤치마크 성격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침략전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2·83·84호라는 일련의 결의를 만들어냈는데 그 결실의 핵심이 유엔사였다. 6·25전쟁 이후에도 유엔사의 임무는 지속되었다. 전후 유엔사는 크게 ‘정전체제’ 유지와 ‘전력제공’ 조율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통해 제2의 6·25전쟁 발발을 막는데 기여했다. 연합군사령부뿐 아니라 평시 유엔사의 정전유지 노력을 통해 억제 효과를 가져온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유엔사는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유엔사를 곱지 않게 바라보는 일부 시각도 존재했다.
냉전시대 유물이라며 유엔사 폐지까지 주장하던 진영도 있었다. 따라서 유엔사를 둘러싸고 ‘안보공헌론’과 ‘주권약화론’이 대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주류의 시각이라는 점에서 나름 그 역할을 이어가기 위해 ‘유엔사 재활성화’까지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유엔사의 정전체제 유지 및 전쟁 억제력 제공이라는 성과는 내동댕이쳐지며 그야말로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그래서 이 시기는 유엔사 좌절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유엔사를 남북협력의 훼방꾼 정도로 인식한다는 우려가 있었고 유엔사도 이를 매우 불편해했다. 지난 정부가 이처럼 유엔사에 부정적 시각을 가지면서 주권약화론자에게 힘이 실리는 듯한 모양새까지 연출되면서 유엔사의 성과는 매몰되는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9·19군사합의 후 JSA 비무장화를 위해 한국, 북한, 유엔사 3자가 대면하는 자리를 가진 후 사석에서 유엔사 관계자는 한국이 북한만 두둔한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일까지 성행했다. 이런 유엔사 좌절의 시기에 신규 회원국 가입은 그야말로 요원한 일이었다. 지난 정부시기인 2019년 독일은 유엔사 회원국이 되고자 전방위적으로 노력을 펼쳤지만 한국정부의 거부로 실패로 끝났다. 지난 정부가 이러한 방향으로 몰고 가는 통에 유엔사 반대론자와 찬성론자의 대립이 극에 달하는 등 ‘북한발’ 남남갈등이 아닌 ‘내부발’ 남남갈등까지 조성되었다.

하지만 2022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며 기류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따라서 독일의 유엔사 가입에 호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유엔사의 역할에 부정적이었던 지난 정부와 달리 현 정부는 유엔사 역할 강화의 필요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23년 11월에는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를 열어서 신규 유엔사 회원국 가입 문제 등 다양한 의제로 유엔사 강화에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그리고 2024년 7월 10일 나토 정상회의 계기 한-독 정상회담에서도 독일의 유엔사 가입 신청에 대해 환영한다는 메시지가 명확히 전달되었다. 독일이 정식 회원국이 된다면 1950년 유엔사 창설 이후 처음으로 신규 회원국이 탄생한다는 의미에서 유엔사 강화의 상징적 의미가 클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독일의 유엔사 가입이 확정되면 상대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첫째, 유엔사가 역사적 퇴물이나 냉전의 유물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플랫폼이었고 앞으로도 그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장치라는 재신임을 통해서 미래지향적으로 조직으로 거듭난 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사실 평화체제 달성이 요원한 현실을 감안하면 정전체제는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유효한 아키텍처이고 지난 70여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했다. 안보적 이유가 아닌 심리적 이유 차원에서 유엔사를 약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뿐이다. 따라서 유엔사 역할 강화는 이러한 어긋한 담론을 바로잡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나토국가인 독일이 유엔사 가입함으로써 지정학적 융합 기제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최근 나토 정상회의에 IP4(인도-태평양 4개국)가 3년 연속으로 초청된 것은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지정학이 연계되고 있는 국제적 환경이 정책으로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독일의 유엔사 가입은 지정학적 융합 정책의 일환이라는 성격과도 밀접하다. 한국이 유엔사에서 당사국이라는 점에서 독일의 참여는 지정학적 융합 정책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대북 억제력과 러북밀착 상쇄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에 체결하면서 북한이 어떠한 도발에 나서도 러시아가 든든히 지원·두둔해 줄 것으로 오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유엔사의 정전체제 감시기능이 더 중요해진 상황에서 유럽연합의 주도국 중 하나인 독일의 가입은 유럽의 대북정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러북밀착을 견제하는데 시너지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이처럼 유엔사의 독일 가입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안보적, 외교적 차원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다만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도록 한국과 유엔사 간의 성숙한 미래 발전을 위한 의제 검토도 필요할 것이다.
비무장지대(DMZ)나 JSA에 들어가려면 당사국인 한국군 인원도 유엔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의 불합리한 모습은 유엔사 규정 개정 등을 통해 진화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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