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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충실했을 뿐인데 연체율이.." 속수무책 지방銀, 지자체·공기업 '단골 지키기' 사활

김나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8 11:30

수정 2024.07.18 11:30

지방은행, 금융당국에 시·도금고 운영 및 역내 공기업 주거래은행 우선권 요청
16조원 규모 부산시금고 입찰 앞두고 부산銀도 긴장
지역경기 부진에 연체율 올라 '속수무책'
금융당국·국회도 지방은행 지원 필요성 공감
지방은행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지원 탄력

부산 BNK금융그룹 본사. 사진=BNK금융 제공
부산 BNK금융그룹 본사. 사진=BNK금융 제공

JB금융지주 본점. 사진=전북은행 제공
JB금융지주 본점. 사진=전북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지역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지역 중소기업들에 대출을 내준 지방은행들이 연체율 상승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방은행들은 지역 중소기업 자금조달을 한 결과가 건전성 지표 악화로 이어져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은행들은 지역 내 역할을 고려할 때 지방자치단체 금고, 공공기관 주거래은행 우선권을 금융당국에 강력 요청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지역 일자리 창출 역할 등을 하는 지방은행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위기' 지방銀 "지자체·공기업 자금 운영권이라도"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들은 금융당국에 △지자체 금고운영 △지역 내 공공기관 주거래은행 선정 시 우선권을 강력 요청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20개 국내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지방은행장들은 지역경기 위축에 따른 영업 애로를 언급하며 시금고 운영 우선권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방은행들은 전국구 영업기반을 가진 시중은행과 지자체 주금고 운영권을 놓고 경쟁하게 되면서 남다른 위기감을 갖고 있다. 광주은행이 '50년 단골' 고객이었던 조선대학교 주거래 은행을 신한은행에 넘겨준 것이 상징적 사례다.
지난해 경남은행이 울산시금고 주금고 은행을 맡게 됐지만 시중은행들의 기관 영업 경쟁이 가열되면서 '단골 손님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연말 16조원 규모의 부산시금고 운영 은행 선정을 앞두고 부산은행이 주금고를 수성할 지 주목된다. 당초 부금고를 맡았던 KB국민은행이 이번에 주금고에 입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산은행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자체 주금고를 운영하면 많게는 수십 조원 자금을 맡게 되는 데다 지자체 직원들의 이용이 많아져 핵심예금 유치에도 도움이 된다. 시·군·구 주금고 운영을 한다는 상징성도 커서 지방은행들로서는 지자체 금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역으로 이전한 공기업, 공공기업들이 많은데 여전히 주거래은행이 시중은행인 경우가 많다"면서 "지방은행의 지역 일자리 창출, 자금순환 순기능을 감안해 역내 공기업 주거래은행 선정에서 우선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국회 지방銀 지원 필요성 '공감대'
금융당국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행정안전부 등 유관부처와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자체·지방은행과 협의체를 구성해 시금고 선정시 과당경쟁을 막는 방안 등이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지방소멸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지방은행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연합회 박창옥 상무는 지난 8일 금융연구원 토론회에서 "저출생으로 지방의 청년층이 감소한다. 지방은행은 어쩔 수 없이 고령층 영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빅테크 기업과 협업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 공급과 자금 선순환을 감안해 지방은행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금융서비스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은행 설립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주목된다.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법 개정안을 내고 "23년 간 지방은행 설립인가 사례가 없었다. 충청권 지방은행 부재로 지역 금융서비스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법과 동일하게 지방은행에 비금융주력자 등의 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 제한을 34%로 완화하되 설립 시 필요 자본금을 1000억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지방은행들은 지역은행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방은행의 자금 선순환 및 일자리 창출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역 경기 부진에 지방銀도 속수무책
지방은행들이 이처럼 '우선권'과 '특별법'을 주장하는 건 지역 중소기업에 대출 포트폴리오가 집중돼 있는 '영업 구조상'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올해 1·4분기만 놓고봐도 지방은행이 부실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았지만 연체율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부산은행은 1·4분기 중 고정이하채권 678억원을 매각했다. 전년동기(273억원)의 2.5배 수준이다. 경남은행 또한 전년동기(313억원)의 2배에 달하는 600억원 규모 고정이하채권을 내다 팔았다.

하지만 부산은행 대출 연체율은 1년 전 0.33%에서 0.62%로 0.29%p 올랐다. 전북은행의 경우 전체 대출에서 연체 채권비율이 지난해말 1.09%에서 1·4분기말 1.56%로 0.47%p 뛰었다.

문제는 지방은행들의 기업대출 포트폴리오가 중소기업에 집중돼 있어 지역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연체율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북은행의 전체 원화대출금 중 중소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54.6%, 광주은행은 55.8%에 달한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경우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대출이 약 92%을 차지하는 걸로 나타났다. 서울과 달리 지역 부동산 경기는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방은행들의 부담도 커졌다.
부동산·임대업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이 각각 44.3%, 40.3%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다.

지난 6월 발간된 한국은행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중 충청권, 호남권, 강원권, 제주권 경기가 소폭 개선됐지만 동남권, 대경권은 보합 수준이었다.
특히 부동산업이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지역경제가 보합에 머물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 전망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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