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될 만한 대작 영화에 스크린과 상영횟수를 몰아주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영화계의 고질적 병폐 중 하나로 꼽혀왔다. 지난 2006년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계기로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는데, 당시 이 영화의 상영점유율이 43.8%에 달했다고 한다. 올해 '범죄도시4'는 그 수치가 82%까지 치솟았다.
지난 16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대안 마련 토론회'에서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기록을 깨려고 하느냐"고 대놓고 멀티플렉스를 비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 극심한 관객 감소로 1조원대가 넘는 손실을 기록한 극장업계로선 이러한 질타가 그들 말대로 억울한 측면이 있다.
당시 개봉작을 살펴보면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 외화 '챌린저스', 독립영화 '드라이브'와 '모르는 이야기', 다큐멘터리 '보티첼리, 피렌체와 메디치'까지 총 6편이었는데, 흥행 기대작이 '범죄도시4'뿐이었기 때문이다. 황재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범죄도시4'와 같이 관객동원력이 예상되는 라인업이 확정되면 다른 배급사가 영화를 내놓지 않는다"며 "극장의 스크린 쏠림현상은 관객의 선택권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지난 2017~2019년 세 차례나 법안 발의된 '스크린 상한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금 나왔다. 극장업계는 인위적인 스크린 규제의 부정적 영향을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전국 멀티플렉스의 40% 가량이 위탁운영인데 이들 모두가 개인사업자다.
코로나19 이후 흥행성적을 보면 상영횟수가 늘어난다고 흥행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외계+인' '더 문'과 같이 CJ ENM이 투자한 200억~300억원대 대작 영화가 흥행에 참패했는데, 상영점유율이 더 높았거나 티켓 값이 더 쌌다면 달라졌을까. 그보다는 달라진 콘텐츠산업 환경과 그로 인한 관객 취향 변화, 영화 자체의 문제가 더 커 보인다.
그렇다 보니 갈수록 축소되는 영화 투자, 영화 입장권의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적립하는 부과금 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이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에 대한 고민이 더 시급해 보인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교 교수의 제언처럼 "스크린 상한제뿐 아니라 미디어 홀드백, 한국·독립예술영화 상영 배급 지원 확대, 영화발전기금 확보를 위한 재원 대상 확대"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 영화산업 재도약을 위한 근원적 정책을 고민할 때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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