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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韓 경제성장률 상향, 규제 개혁 호기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7 18:07

수정 2024.07.17 18:07

수출호조 성장률 2.5%로 올려
투자확대·체질개선에 힘모아야
17일 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 경제성장률을 2.5%로 상향 조정했다.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선이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정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 경제성장률을 2.5%로 상향 조정했다. 부산 남구 감만부두에 컨테이너선이 입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요 국제기구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잇따라 높이고 있다. 17일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 경제성장률을 2.5%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4월 전망치보다 각각 0.2%p, 0.3%p 높인 것이다. 우리 정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성장률을 2.6%로 내다봤다.
이 정도 성장률은 지난해(1.4%)보다 1%p 이상 높은 수치다. 우리 경제의 반등이 기대된다는 측면에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장률을 견인한 일등공신은 반도체 등 주력제품 수출 호조다. 우리나라의 올 상반기 수출은 3348억달러로 지난 202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인공지능(AI)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반도체 수출은 상반기 658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0%나 늘었다. 기저효과도 있겠으나 역대 2위 수출실적으로 반등폭이 놀랍다. 자동차 수출도 37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실물경기의 괴리는 아쉬운 대목이다. 수출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반도체는 연관산업이 많은 자동차와 달리 생산·고용유발 효과가 크지 않다.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고 보면 철강·석유화학, 배터리 등의 다른 주력업종 경기는 좋지 않다. 중국산 저가제품 유입, 가격 하락 등으로 고전 중이다. 내수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경기회복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는 정부의 낙관적 진단과 달리 서민이 체감하는 실물경기는 냉랭하다. 지난해 폐업 사업자가 역대 최대인 1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골목상권은 얼어붙었다. 청년층 취업은 20개월 연속 뒷걸음질했다. 고금리·고물가에 가계빚 부담이 늘어 실질소득은 더 쪼그라들었다.

나라재정으로 긴급히 내수를 살리는 것 또한 한계가 분명하다. 민간 주도 성장보다 효과는 즉각적이나 지속가능하지 않다. 재정적자가 늘어나는데, 결국 국민이 세금을 더 내 메워야 한다. 국가 관리재정수지 누적 적자가 벌써 올해 목표치의 80%를 넘었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야당은 13조원 재정을 투입해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지원금을 뿌리겠다고 하고 있다. 한 치 앞만 보는 포퓰리즘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돈을 뿌리면 내수경기가 반짝 반등하겠으나 물가를 자극한다. 재정의존만 높일 뿐이다.

우리 경제는 저출생·초고령화로 향후 10년 내 1%대, 20년 후엔 0%대 성장률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것인데, 이럴 경우 구조개혁의 기회를 잡기가 더 어려워진다.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트럼프 재집권 시 무차별 보복관세와 보호무역주의 심화, 강달러와 고금리 지속, 대중국 압박과 경기침체 가속, 반도체 등 주요 첨단산업 투자·세제 정책 폐기 등 위기요인이 한둘이 아니다.

우리 경제가 산업체질을 개선하고 잠재성장력을 높일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한계기업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미뤄선 안 된다. 동시에 미래 첨단산업 투자 촉진과 인재 육성으로 다시 채워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적어도 2%대 후반의 성장률을 견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기업 투자를 막는 이중삼중의 악성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호황 사이클에 들어간 반도체, 자동차 등의 연관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혁신적인 세제·인프라 지원도 요구된다.
정부 당국은 치밀한 선제적 대책 마련에, 국회는 관련 법 제·개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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