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청탁금지법 고쳐 농업인 숨통 트이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7 18:30

수정 2024.07.17 18:30

백승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교수
백승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교수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삼겹살 식당에 갔었다. 세 명의 식사비용이 10만원을 훌쩍 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6월 서울의 외식 평균 가격은 삼겹살 1인분 2만83원, 냉면 한그릇 1만1923원이라고 한다. 지난 3월에는 사과 10㎏ 도매가격이 한때 9만원을 돌파하는 등 농축산물 가격은 최근 수년간 잇따른 기상이변과 가축질병 발생 등으로 큰 폭의 등락이 지속되었다.

청탁금지법상의 식사가액과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이 현재 물가수준과 거리감이 있다는 것을 필자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 7월 9일 여당은 청탁금지법상의 농축수산물 선물가액을 15만원에서 20만~30만원으로, 식사가액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상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이는 법 취지와 실효성을 유지하면서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는 데 의의가 있다.

이번 조치는 농축산물 내수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청탁금지법의 농축수산물 선물가액 제한은 농축산물 선물시장 수요에 악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축산물 소비의 약 40%가 명절에 집중된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에 신선식품 매출이 22%가 감소했으며 2021년 설 명절 한시 상향조치 시 농식품 선물 매출액이 전년 대비 19% 증가했다. 청탁금지법상의 선물가액 조정에 따른 농식품 매출 증대 등의 정책효과는 이처럼 선물가액 상향 사례로 알 수 있다. 국산 농축산물 소비촉진을 통해 내수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는 긍정적 방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고부가가치 농축산물 시장 확대에 동력이 될 수 있다. 법 시행 이후 유통업체에서는 상품 구성 시 선물가액이 주요 고려사항이 됐다. 소비자는 선물로 국내산 농축산물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을 선택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고부가가치 국산 농축산물 수요가 위축되는 요인이 되었다. 소득수준 향상과 소비자 선호의 다변화 등에 대응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고부가가치 농축산물 시장이 확대되면 이에 비례해서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 유인이 발생할 것이다.

한편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자는 농업인들의 요구에 다시 한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가청렴도는 2016년 52위에서 2023년 32위로 수직 상승했다. 이는 민관 합동의 반부패 노력이 이룬 성과이고, 청탁금지법이 그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법 시행 이후 한시조치 포함 5차례 상한가액 상향이 있었음을 고려하면 농축산물은 저장성의 한계가 있어 축재(蓄財)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이번 청탁금지법 개정안은 여야 간 조속한 합의를 통해 신속하게 시행돼야 할 것이다.
비록 법 제정 시부터 농업인들이 요구한 적용대상 제외에는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농축산물의 내수시장 활성화와 고부가가치 농축산물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로써 농업경영비 상승과 기상이변 등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농업인의 숨통을 조금이라도 트이게 할 것이다.

백승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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