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국적으로 덥고 습한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열대야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는 질환이 아니지만, 수면의 질은 치매부터 다양한 질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
18일 의료진들은 여름철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 해결방법으로는 다양한 생활습관 개선이 있지만, 심할 경우 단기간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름철 수면장애, 무기력증·두통·소화불량 유발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인 ‘열대야’는 여름철 수면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잠을 못 자면 다음날 컨디션도 저하될뿐더러 면역력도 약해져 건강에도 좋지 않다.
강동경희대병원 수면센터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잠에서 깨어나기 2시간 전까지 체온이 내려가고, 이후 조금씩 체온이 높아지면서 잠에서 깨어난다"며 "그러나 잠자는 밤 동안 대기 온도가 25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높은 대기 온도로 인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되며 이 경우 멜라토닌 분비가 되지 않아 깊은 잠에 들기 어렵고 자주 깨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대야 현상은 극심한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불량 등 고온에 의한 수면 부족이 몰고 오는 열대야증후군을 안겨준다.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김지혜 교수는 "숙면을 취할 수 있는 적당한 온도는 섭씨 20도 전후인데, 열대야로 밤 기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면 인체 체온조절 중추가 각성상태가 돼 쉽게 잠이 들지 못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어렵게 된다"며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리면 온 몸이 뻐근하고 피곤하며, 낮에도 졸림 현상을 느끼며 무기력 증세와 두통, 소화불량 등에 시달리게 된다"고 말했다.
일상 속 불면증 예방법은
일상생활 속에서 불면증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취침하고 기상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우선시된다. 낮잠은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좋으며 낮잠이 꼭 필요하다면 20분 이상은 피하도록 한다. 카페인이 첨가된 음료나 음식은 아침에만 마시고 점심 이후에는 삼가해야 한다. 술은 깊은 숙면에 방해가 되고 담배의 니코틴 성분도 수면에 악영향을 주므로 피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조인영 가정의학과 교수는 "규칙적인 생활과 술·담배 줄이기, 식사시간 조절 등 일상생활의 간단한 습관만으로 불면증을 극복할 수 있다"며 "운동도 불면증에 도움이 되지만 잠들기 직전에 운동하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에 잠자기 3시간 전에는 운동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습도 낮추고 시원한 침구류 사용"..침실 환경 조성도 필요
열대야를 이기려면 침실 상태를 서늘하고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제습기를 사용해 습도를 50% 이하로 유지하며 통기가 잘 되는 시원한 침구류를 사용하면 잠드는 데 도움이 된다. 텐셀, 대나무 레이온 소재 등 통기성 소재의 침구류를 사용하면 몸의 수분을 쉽게 흡수하고 빨리 증발해 체온이 빠르게 낮아진다. 쿨링 매트리스와 패드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저녁에 잠이 안 온다고 침대에 오래 누워있는 것도 금물이다. 20~30분 동안 침대에 누워 있어도 잠이 안 온다면 거실로 나와서 조용하게 책을 읽거나 차분한 음악을 듣는 방법도 좋고, 잠들기 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 또는 가벼운 스트레칭 정도는 긴장을 푸는데 도움될 수 있다.
침대를 잠자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침실은 조용하고 어둡고 아늑하게 유지하고, 텔레비전 시청이나 간식, 핸드폰 사용, 일 등은 침실에서는 피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취침 약 1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라며 "그러나 덥다고 찬물로 샤워를 하는 것은 피로한 자율신경계에 급작스러운 온도변화를 유발해 혈관 운동성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필요시 수면제 복용도 도움
불면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방해받을 정도라면 수면 전문가를 만나보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는 "환경 조절과 생활 방식 변화로도 증상 개선이 되지 않는 경우, 의사와의 상담을 통하여 불면증의 원인을 감별해 원인을 교정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열대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인지 잘못된 생활 습관 또는 기저질환에 의한 지속되는 불면인지 의학적 판단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 수면의 패턴을 확인하는 수면다원검사 등이 도움이 될 수 있고, 멜라토닌 보충제나 입면과 수면의 유지를 위한 약물 처방도 고려해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전문의를 통해 처방받은 수면제를 짧은 기간 동안 사용한다면 효과적이고 간단하게 불면증을 해결할 수 있으나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의존으로 이어질 수 있고, 몽유병이나 낙상의 위험도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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