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소주 5잔 마셨다" 시인했지만 음주운전 혐의 적용 못해..왜?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8 06:34

수정 2024.07.18 06:34

무면허 운전자, 차량 4대 들이받고 도주
체포한 시점에서는 음주 수치 검출 안돼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산간도로인 5·16도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40대가 음주 사실을 시인했지만, 음주 수치를 확인하기 어려워 '음주운전 혐의' 적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사고 당시 모습./제주동부경찰서 제공,뉴스1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는 산간도로인 5·16도로에서 무면허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40대가 음주 사실을 시인했지만, 음주 수치를 확인하기 어려워 '음주운전 혐의' 적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사고 당시 모습./제주동부경찰서 제공,뉴스1

[파이낸셜뉴스] 무면허 운전을 하다 차량 4대를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운전자가 음주 사실을 시인했으나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받지 않을 전망이다.

1차 사고내고 도주하다 2차 사고.. 또 도주

17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사고 후 미조치) 위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40대 운전자 A씨가 "사고가 발생하기 5∼6시간 전인 점심때 소주 4∼5잔을 마셨지만,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진술했다.

A씨는 지난 10일 오후 6시39분께 한라산 성판악 탐방안내소 인근 516 도로에서 서귀포 방면으로 쏘나타 승용차량을 몰다 중앙선을 침범해 승용차 3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이후 A씨는 파손된 차를 몰고 달아나다가 또다시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간선버스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등 3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한때 극심한 차량 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두 번째 사고를 내고 하차한 A씨는 어수선한 상황을 틈타 경찰과 소방 당국이 출동하기 전 차량을 놔둔 채 인근 수풀 속으로 달아났다.


13시간 만에 체포됐지만 음주수지 검출 안돼

A씨는 사건 발생 약 13시간40분 만인 11일 오전 8시20분께 사고 현장에서 약 13㎞ 떨어진 제주시 양지공원 인근 도로에서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음주 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로 나왔다.

경찰은 곧장 채혈을 진행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지만, 여기서도 음주 수치는 검출되지 않았다.

당초 A씨는 1차 조사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조사가 진행되자 진술을 번복했다.

현행법상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려면 반드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해야 하는데,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기법도 있지만 역추산할 최초 수치가 필요해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은 이번 경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법상 피의자가 음주를 시인했어도 음주 수치가 검출되지 않으면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며 "음주 수치와 함께 진행한 약물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왔다"고 전했다.

한편 A씨는 지난 2018년 차량 절도 범행으로 자동차 운전면허가 취소된 상태에서 이번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사고에 대한 기억이 없고, 아침에 눈 떠보니 풀숲에 누워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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