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개인정보 구매했다고 부정한 방법 사용했다고 볼 수 없어
[파이낸셜뉴스] 불법으로 수집된 개인정보를 구매했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으면,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3명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17일 확정했다.
이들은 텔레마케팅으로 인터넷 가입자를 유치하는 업체를 운영하거나 개인정보 판매 및 텔레마케팅 총판 업체의 대표다.
A씨 등은 인터넷 서비스 만기가 임박한 고객들의 개인정보 400만여건을 불법으로 취득하고 일부를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은 부분은 무죄로 보면서도 제3자로부터 정보를 취득한 혐의는 죄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각각 선고했다.
2심에선 양형은 같았지만, 유무죄 판단 부분이 갈렸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반대로 서로 정보를 주고받은 부분은 유죄로, 제3자로부터 정보를 취득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이들에게 적용된 개인정보보호법 72조 2호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자’,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를 처벌한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법리나 사실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보고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대량의 개인정보를 그 출처를 확인하지 않은 채 판매상들로부터 유상으로 매입한 사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위계 등 사회 통념상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 개인정보 판매상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해킹 등 그 자체로 부정하다고 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취득했다는 이유로 처벌하려면 '부정한 수단'이 개인정보 보유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거나 해킹 등 그 자체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점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법 72조 2호 전단에서 정한 ‘개인정보를 취득한 행위’와 후단에서 정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 등의 의미를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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