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23년 지난 청구사건 기각
받지 못한 미성년 자녀 양육비를 사후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는 자녀가 성인이 된 때로부터 10년 동안만 유효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기존 판례는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8일 A씨(87)가 전 남편 B씨(85)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사건에서 원심의 청구기각 결정을 확정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은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의 소멸시효는 자녀가 미성년이어서 양육 의무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고, 자녀가 성년이 되어 양육 의무가 종료된 때부터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자녀가 미성년인 동안에는 양육비의 변동 가능성이 있어 완전한 재산권이라고 볼 수 없지만, 성년이 되면 금액이 확정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채권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 계산이 시작된다는 취지다. 일반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사라지는데, 이를 소멸시효라고 한다.
아울러 언제까지나 과거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평생 불안정한 상태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법원은 소멸시효 적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에 따라 양육비는 미성년 자녀가 만 19세 성인이 될 때까지 지급해야 하고, 양육비를 받지 못했다면 자녀가 성인이 된 후라도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
2011년에 나온 종전 대법원 판례는 자녀가 성인이 됐더라도 사전에 양육비 지급을 협의한 적이 없으면 언제든 법적으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해 왔다.
A씨와 B씨는 1971년 혼인하고 1973년에 아들을 낳았다. 부부는 이듬해부터 별거했고 1984년에 정식으로 이혼했다. 아들의 양육은 A씨가 1974년부터 19년간 전담했다. A씨는 아들이 성인이 된 때로부터 23년이 흐른 2016년 B씨를 상대로 과거 양육비 약 1억2000만원을 청구했고 1심에서 6000만원이 인정됐다.
그러나 항고심을 심리한 수원지법은 언제까지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종전 대법원 판례를 어기고 A씨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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