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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시장이 빠른가, 한은이 느린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8 18:30

수정 2024.07.18 19:07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지난해 12월부터 시장금리를 대표하는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개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시장이 너무 앞선 것인가 아니면 한국은행이 너무 느리게 대응하고 있는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3년 만기 국고채 평균 수익률이 3.34%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3.50%)를 하회하고 있다. 200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시장금리에는 미래의 기대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내포되어 있다. 시장금리 하락은 앞으로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것을 예상한 것이다.

시장이 예상하는 것처럼 다음 주에 발표될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크게 둔화했을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시장의 기대처럼 낮아지고 있다.
지난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2.4% 상승했다. 에너지와 음식료를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률은 2.2%였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목표로 내세운 2%에 근접하고 있다.

7월 들어 국고채 3년 수익률은 3.1%까지 떨어지면서 시장은 물가상승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시장의 기대처럼 낮아질 것인가. 물가상승률에 선행하는 광의통화(M2)의 시차 효과와 소비 등 내수 부진을 고려하면 8월 이후에는 물가상승률이 2% 안팎으로 낮아질 확률이 높다. 물론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 농산물 가격, 공공요금 조정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이보다 높을 수도 있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에 선행했다. 2015년 1월에서 2024년 6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기준금리에 3개월 앞섰고, 상관계수도 0.93으로 매우 높았다. 인과관계를 구해보아도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를 일방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시장금리가 하락(상승)하면 기준금리도 인하(인상)되었다는 의미이다.

같은 기간(2015.1~2024.6) 3년 만기 국고채수익률은 평균 2.16%로 기준금리(1.75%)보다 0.41%p 높았다. 최근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3.1%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기준금리가 2.7%까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금리이다. 필자가 적정금리를 추정하는 하나의 방법인 '테일러 준칙'을 응용하면 3·4분기 적정금리는 시장의 예상과 같은 2.7%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안정과 더불어 금융안정이다. 한국은행도 물가상승률은 예상 경로를 따라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선뜻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금융안정 때문이다. 외환시장이 불안하고 수도권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등 금융안정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 또 금리가 떨어지면 주택가격이 오르고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낮은데도 올해 상반기에 외국인은 우리 상장주식을 22조8820억원 순매수했다. 규모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이다. 상반기 외국인의 상장채권 순매수 규모는 1조42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3조3290억원에 비해 대폭 줄었다. 6월 말 외국인 채권 보유 규모를 보면 아시아 120조4000억원(47.9%), 유럽 72조8000억원(28.9%)으로 이들 두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지역보다 우리 금리가 높기에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 주택가격이나 가계부채는 미시적 정책으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시장금리 하락은 이 모든 문제를 이미 반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우려하는 금융안정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시장은 바보가 아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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