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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땜질 처방 아닌 실질적 공급 확대만이 집값 잡는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8 18:30

수정 2024.07.18 18:30

최근 오르는 집값 안정대책 발표
23만6천가구 시세보다 싸게 공급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18일 최근 갑자기 급등하고 있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3기 신도시 등 23만6000가구를 2029년까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하고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투기행위 단속을 강화하며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도 차질없이 시행하겠다는 내용이다.

경제 불황과 함께 침체 또는 보합 국면을 보이던 집값은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올 들어 수출이 살아나는 등 불황이 끝나가는 듯하고 기준금리도 인하될 공산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비용 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상도 집값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공급과 단속, 규제 강화라는 3가지 트랙으로 보이는데 사실 새로운 내용은 없다. 당초 2025~2026년으로 예상됐다가 점차 지연되고 있는 3기 신도시 사업 완공을 앞당기겠다는 게 거의 전부다. 올해 하반기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수도권 신규택지도 2만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고 공공매입임대주택 공급을 1만가구 이상 늘린다는 점도 있기는 하다.

집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 부족 때문인데 올해 인허가 기준 공급 물량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줄었다. 정부는 그동안 사용하던 기준을 바꿔 착공과 준공 기준으로는 공급이 늘었다고 설명한다. 공급을 설명할 때 어느 기준이 더 적합한지,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전임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한 대책으로 규제에 집중하다 역효과를 낸 것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번 정부의 공급 중심 정책은 방향은 바로 잡았다. 그러나 공사비 급등과 건설경기 침체로 정부가 바라는 효과가 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규제를 더 풀어서라도 공급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집값 상승은 사회 분위기와도 관련성이 크다. 정부 말을 믿다가 이른바 '벼락 거지'를 체험해 본 젊은 세대는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생각이 들면 큰 빚을 내서라도 앞다투어 집을 구매한다. 그러다 보면 가계부채는 급등하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역으로 정도가 심할 경우 부동산 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문제는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면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약발이 먹히지 않게 된다. 이번에 나온 또 하나의 정책은 물론이고 앞으로의 정책도 그저 불안한 국민을 달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민들에게 확신을 심어줄 만한 공급 방안만이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 DSR 시행 시기를 늦춘 것도 시장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정부의 안이한 태도와 미지근한 정책은 불신을 키워 결국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시장 과열을 잡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매번 땜질식 정책을 남발하다가는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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