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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1000년 뒤 서울의 박물관 [Weekend 문화]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9 04:00

수정 2024.07.19 09:11

롯데뮤지엄 '상상의 고고학' 아샴 전시회
3024년 서울 북한산 위 아테나여신상 등
과거·현재·미래 여러시간 뒤섞인 작품 선봬
미국 미술작가 다니엘 아샴의 '서울 3024-발굴된 미래'전이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18일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신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 미술작가 다니엘 아샴의 '서울 3024-발굴된 미래'전이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18일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이번 서울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신작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신이 도착하는 매순간이 미래입니다. 당신은 이미 그곳에 도착했습니다."(다니엘 아샴)

휴대폰과 카메라처럼 일상적인 현대 물건들이 수백 수천년이 흐른 뒤 유물로 취급받는 상황을 회화나 조각 등으로 표현한 미국 미술작가 다니엘 아샴(44)의 개인전 '서울 3024(Seoul 3024)-발굴된 미래'전이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뮤지엄에서 열린다.

특히 서울의 1000년 후 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시간·역사·공간성의 경계를 초월한 대규모 전시인 만큼 SF 장르의 포스트 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세계관을 경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샴의 작품은 유년시절 마이애미에서 경험한 광활한 자연과 인공적인 건축의 공존, 남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 '앤드류'라는 트라우마적인 경험에 기반한다.

지난 2010년 루이뷔통의 커미션 작업을 위해 남태평양의 이스터섬을 방문한 아샴은 발굴 현장에서 작업하는 고고학자와 불가사의한 유물에서 영감을 받아 '상상의 고고학(Fictional Archaelogy)'이라는 독창적인 개념을 만들었다.

250여점의 작품을 총 9개 섹션으로 구분해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아샴의 세계관 속 공존하는 여러 시대와 시간, 문화, 장르를 혼용하는 작품 세계를 살펴본다. 루브르박물관의 소장품을 재해석한 고대 조각상 '밀로의 비너스'부터 시대를 대변하는 대중문화 아이콘 포켓몬, '미래 유물' 오브제 시리즈, 발굴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장소 특정형 작품 '발굴현장'을 통해 아샴의 20여년간 점철된 세계관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다니엘 아샴 '포켓몬 동굴'. 롯데뮤지엄 제공
다니엘 아샴 '포켓몬 동굴'. 롯데뮤지엄 제공

이번 전시를 위해 1000년 후 서울을 주제로 한 대형 신작 회화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헬멧을 쓴 아테나 여신'(2024년)과 '3024년 북한산에서 발견된 신격화된 로마 조각상'(2024년) 2점이 처음 공개된다.

이들 신작 작품은 달빛의 섬광 아래 서울의 북한산을 배경으로 헬멧을 쓴 거대한 아테나 여신 조각상이 나타나며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특히 '미래의 서울'과 '북한산에서 서양 고대 조각 유물을 발견한다'는 허구적 스토리를 담아 한국 관람객들을 위한 서사를 제공한다.

두 작품은 카프리치오(즉흥성이 강한 소품)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회화 양식을 차용했다. 거대하고 웅장한 북한산과 발굴된 고대 그리스 조각상을 병치해 이질적인 상황을 연출함과 동시에 시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미래 세계를 보여준다. 대자연의 경관을 배경으로 화면 전경에 서 있는 인간의 뒷모습은 이 기묘한 풍경을 한층 더 경건하게 만들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기존 대표작인 '푸른색 방해석의 침식된 아를의 비너스'(2019년)도 고대 조각상을 재창조해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시각적 서사를 보여준다.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아를의 비너스'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고전 조각상의 형태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고전적인 조각상을 부분적으로 파손시켜 침식된 형태로 제시했으며, 푸른색의 석고와 반투명한 푸른색 방해석으로 재료를 변형해 신비롭고 차가운 느낌을 더했다.

또 다른 대표작인 '포켓몬 동굴'(2020년)은 시간 여행을 하는 캐릭터 세레비의 능력을 통해 작가가 구현하고자 하는 예술 세계를 포켓몬 세계와 연결해 보여준다.

다니엘 아샴 '분절된 아이돌'. 롯데뮤지엄 제공
다니엘 아샴 '분절된 아이돌'. 롯데뮤지엄 제공

이밖에 '분절된 아이돌' 시리즈(2023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고대와 현대의 우상을 상징하는 형상을 병치한 작품이다.
신성시된 인체의 이상적인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을 추구한 고전 조각상과 화려하고 개성 있는 외모와 설정을 가진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서로 시대는 다르지만, 이상화된 모습으로 각 시대의 대중들을 매료시킨다.

아샴은 이 작품에 대해 "고전 조각상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같이 한 시대를 상징하는 소재는 제 작품 요소 중 하나"라며 "이는 시간의 영원성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작품 세계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뮤지엄 측은 "이번 전시는 허구와 현실이 뒤엉킨 이질적인 공간에서 관람객이 다양한 시간성을 상상하게 될 것"이라며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시간을 초월한 세계에서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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