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배달플랫폼 1위 업체가 수수료 인상 방침을 밝히며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대책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소상공인들이 의무적으로 지출하는 세금, 전기, 원자재 등 항목에 '배달료'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중 배달료 지원사업의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현금성의 '땜질식' 처방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높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중소벤처기업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최근 소상공인의 배달료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 검토에 들어갔다. 관계부처 모두 올해 초 급등을 겪은 물가 대처에 나선 곳들이다. 배달 수수료 인상이 애써 눌러놓은 식품 가격 상승으로 파급될 우려까지 점쳐지고 있어서다.
업계의 수수료 '기습 인상'도 정부의 대책 발표를 지연시키는 이유다. 기재부는 지난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내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에서 영세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배달료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은 지난 10일 수수료 인상 방침을 밝혔다. 정부 지원 기조가 세워진 지 일주일 만이다. 기존 6.8%에서 9.8%로 수수료를 약 40%가량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기재부는 "결정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정부는 계획대로 배달수수료 지원을 위한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재정지원 방식에 대해선 협의체 논의를 거친 뒤 내년도 예산안 발표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한다는 구상이다.
배달업계 65%를 차지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이 지배적인 위치를 남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역시 반칙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플랫폼법 추진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성 지원은 단기적 처방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취약 부분에는 지원을 하되 현금성 지원이 이어지는 기간 내에 영속성을 가질 수 있는 장기적 대책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는 배달업계의 특성상 독과점은 늘 대두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공공플랫폼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거나 기본적인 독과점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수수료가 인상되고 부담을 느끼는 소상공인들이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소비자로 부담을 전가하게 될 것"이라며 "안정세에 들어선 외식물가의 변동성이 다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