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 국민에게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민생위기 극복 특별조치법이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반대하며 퇴장한 채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해버렸다. 여당은 "헌법을 대놓고 무시하는 법안을 민생으로 포장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법안은 국민 모두에게 25만∼35만원 범위에서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대표 발의한 1호 당론 법안이기도 하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 처리할 전망이다.
협상과 타협 없이 최다 의석을 무기로 한 거대 야당의 입법 폭주가 매우 우려스럽다. 상당한 국가 재정이 들고 전국민과 연관된 정책임에도 충분한 숙의 과정은 없었다. 행정부의 예산 편성 권한과 집행 재량을 무시한 채 특별법 형태로 강행 처리한 것은 야당의 월권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25만원 민생지원금'에 회의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5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1%가 민생지원금 지급에 반대했다.
전 국민 민생지원금은 13조원 이상의 나라 재정이 필요하다. 세수가 줄어 재정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의 재정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상반기에만 91조원을 한국은행에서 빌려온 마당이다. 5월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74조원으로 지난해보다 22조원이나 늘었다.
단기에 풀린 10조원 이상의 지원금은 반짝 내수반등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내수 진작 기여도는 낮고, 물가를 다시 자극할 것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사례가 그랬다. 가구당 40만~100만원씩 1차 지원금 14조원이 풀렸는데 30% 정도만 소비로 이어졌다고 한다. 실제 소비와 내수 유발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공통된 분석이다.
상당한 행정 비용도 문제다. 2020년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등은 상당수 국민들은 신용카드 결제 방식으로 사용했다. 지역상품권을 쓴 국민은 5∼10%에 그쳤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지류(종이) 상품권이 2억~3억 장 정도 전국에 배포될 텐데 현금성에 가까운, 아마 상당 부분 속칭 '상품권깡'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빈부와 무관하게 현금 상품권을 뿌리는 포퓰리즘 정책은 위험하다. 미래 세대에 빚을 지우고 쓰는 돈과 같다. 일회성으로 현금을 뿌리는 정책은 정부 재정 의존도만 키운다. 국민 1인당 25만원이 아니라,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해 더 폭넓고 깊이 있게 지원해야 한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면서 서민경제를 활성화하는 더 정교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야당의 포퓰리즘 폭주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야당이 본회의 처리까지 강행한다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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