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른바 '고문 기술자'로 알려진 전직 경찰 이근안씨(86)가 '김제 가족 간첩단 조작사건' 피해자에게 국가가 배상한 돈을 가해자로서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국가가 이씨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국가는 구상금으로 33억6000여만원을 청구했는데, 이씨가 재판에 대응하지 않자, 법원이 자백한 것으로 간주해 청구액 전액을 인정했다.
김제 가족 간첩단 사건은 1982년 전북 김제에서 농사를 짓던 최을호씨가 북한에 납치됐다가 돌아온 뒤 불거졌다. 최씨는 조카 최낙전·최낙교 씨를 포섭해 함께 간첩 활동을 한 혐의를 받았다.
이는 이씨 등이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40여일 동안 고문을 자행해 받아낸 허위 자백에 근거한 것이다.
최낙교씨는 검찰 조사 중 구치소에서 숨졌고, 최을호씨는 사형을, 최낙전 씨는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을호씨의 사형은 1985년 10월 집행됐고 최낙전씨는 9년간 복역하다가 석방된 뒤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재심은 수사 과정에서 고문과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를 통해 작성된 검찰 진술조서와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는 증거가 될 수 없다며 2017년 무죄를 선고했다.
유족은 2018년 114억원대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고, 정부는 이씨를 상대로 배상금 중 일부를 부담하라며 지난해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