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한국에 투자한 외국기업 절반 이상은 한국의 노동시장이 전반적으로 경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이 유연하다고 생각하는 기업은 10곳 중 1곳에 그쳤다. 경제계는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G5 수준으로 개선되면 투자가 13.9% 늘어날 것으로 조사돼, 근로시간 등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여론조사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100인 이상 제조업 주한외국인투자기업(외투기업) 538개사(응답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노동시장 인식조사'를 통해 21일 이같이 밝혔다.
미국·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한국의 노동규제 수준을 묻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외투기업(47.0%)은 "한국의 규제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반면, 한국의 노동규제 수준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응답한 기업은 13.0%에 그쳤다.
특히 한국의 전반적 노사관계를 '대립적(63.0%)'으로 보고 있었다. '협력적'이라고 응답한 기업 비중은 4.0%에 그쳐 노사갈등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외투기업 10곳 중 7곳(68.0%)은 중장기 사업 계획을 세울 때, 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규제 등 노동환경을 주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응답 기업들은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이 G5 국가(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 수준으로 개선되면 투자 규모를 평균 13.9%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외투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사업 계획을 세울 때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며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이 개선되면 산술적으로 27억1000만달러(2023년 기준)의 추가 외국인 투자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노동규제 개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외투기업들은 노사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해고·배치전환 등 고용조정의 어려움(42.0%)'을 꼽았다. 한국 노동조합 활동 관행 중 가장 시급한 사항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37.0%)'을 지목했다.
협력적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노사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는 △노사 간 공동체 의식 확립(33.0%) △노조의 투쟁 만능주의 인식 개선(25.0%) △노조의 이념·정치투쟁 지양(13.0%) 등이 꼽혔다. 국회와 정부가 외투 활성화를 위해 중점 추진해야 할 노동 분야 개선과제로는 '근로시간·해고 등 규제 완화를 통한 노동유연성 제고'가 43.0%로 가장 높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 유치에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라며 "경제블록화로 인한 탈중국 외국자본의 국내 유치를 위해서라도, 근로시간·해고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노동경직성을 해소하고, 산업현장의 노사갈등을 크게 부추길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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