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기하강 압박 속에 5% 경제성장 목표 달성 어려워 4% 후반대 전망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중국 경제의 하강 압박이 하반기 들어 커지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인위적 부양 등 추가 부양 정책을 쓰지 않을 방침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올해 '5% 안팎' 성장을 목표로 삼은 중국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4%대 후반'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21일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2024년 하반기 중국 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발표를 통해 "올해 중국 경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에 힘입어 제조업 생산·수출을 중심으로 4% 후반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중고 소비재 교체 지원 등 대대적인 내수 진작 정책에도 불구, 국민 소득 여건이 따라가지 못해 소비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금융위기 전이 가능성 낮아
지방정부 부채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지만 당장 금융 위기 등 시스템적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대외 순자산의 견고한 증가세, 낮은 외채 비율에 국유은행 중심의 신용 부실에 대한 적절히 대응 여력 등으로 신용 리스크 확대 등 금융위기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다.
황광명 한국은행 북경사무소 수석 대표는 "되살아나지 않는 소비와 부동산 경기, 지방정부의 부채 부담 가중 속에서도 중국 당국은 부동산 부문을 포함해 인위적인 부양이 아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및 지방재정 부실이 금융신용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지방 중소금융기관에 관리 등 예방 조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황 수석 대표는 지난주 끝난 20기 중국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회의)에서 나온 결과도 이같은 입장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안정화 대책 효과가 하반기 경기 회복 관건
한국은행은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이 주택 수급 불균형 축소와 경제 심리 개선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지가 하반기 경기 회복 양상을 좌우할 관건"으로 내다봤다.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지방정부 수입 확대와 부채 축소 등을 위한 노력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중국 가계 부문의 부채 증가세는 경제성장률을 감안할 때 안정적이지만, 기업과 정부(지방정부) 부문 부채 비율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에 주목했다. 기업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누적된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전체 대출의 절반가량(2022년 기준 46.1%)이 몰린 인프라·부동산 분야 침체의 지속으로 수익성 저하와 채권 부도율 증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실제 부채, 지방정부융자법인 포함 1경9308조원
한국은행은 지방정부들이 기간시설 등의 건설·정비 자금 조달을 위해 널리 활용해온 지방정부융자법인(LGFV) 리스크에 주목했지만 당장 신용 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중국 지방정부의 공식 부채 40조7000억위안(약 7780조원)에 '숨겨진 빚' LGFV 부채를 더하면 실제 부채는 최대 101조위안(약 1경930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산업 내 공급 과잉 및 가격 경쟁 심화, 가계의 저가 소비 패턴 고착화 등도 빠른 시일 안에는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김재덕 산업연구원 북경지원장은 "중국 경제당국은 3월 양회(전인대와 정협) 때 전후로 내놓은 장기채 확대, 부동산 구매 자격제한 철폐, 대출 확대 등 정책 효과를 평가하면서 기존의 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 지원장은 "이번 3중 전회 결과에서도 해외경제주체들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평가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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