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엔비디아에 아마존도 흔들리는데...'소리 없이 강한' 월마트 [e종목은 왜]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1 15:25

수정 2024.07.21 15:25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얼마 안 되면 어때. 차트가 조용한 듯 예쁘게 가주고 있네.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월마트. 고마워."
서학개미의 사랑을 듬뿍 받는 빅테크 기업들이 흔들리는 와중에, 소리 없이 강하게 진군하는 종목이 있다. 글로벌 유통 공룡 월마트(종목명 WMT)이다. 급등세를 보이진 않았지만, 다른 종목들이 흔들릴 때에도 차분한 상승세를 보이며 알짜배기주 노릇을 해주고 있다.

21일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월마트의 주가는 올해 초 53.10달러에서 이달 19일(현지시간) 70.75달러로 33.2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16.06%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배의 수익률을 거뒀다.


월마트의 상승세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흔들리는 이달 들어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엔비디아(NVDA)의 주가가 이달 고점인 134.91달러(7월10일)에서 117.93달러(7월19일)로 12.58% 빠졌다. 월마트와 함께 글로벌 유통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아마존닷컴(AMZN)의 경우 이달 5일 2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이달 19일 183.13달러로 8.43%가 빠졌다. 하지만 월마트는 이달에도 4.84% 오르며 꾸준함을 보인다. 지난 19일 장중에는 71.33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월마트의 꾸준함은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모두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온·오프라인을 둘 다 잘하는 것은 전 세계 유통업체들의 풀리지 않는 숙제이다. 그걸 월마트 혼자 해내고 있는 것이다.

먼저 이커머스 사업의 흑자전환이 눈앞에 왔다. 하이투자증권 이경신 연구원은 "월마트의 이커머스 사업은 아마존 대비 높은 외형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라며 "아마존 대비 매출액 규모는 작지만 그 격차를 좁히고 있으며, 샘스클럽의 이커머스 사업이 흑자전환하면서 전사 이커머스 사업의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가시화됐다"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오프라인사업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다. 올해 1·4분기 실적을 보면, 월마트의 동일 매장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8% 성장했다. 이 연구원은 "전년동기 기저효과를 본 코스트코(COST), 수요 부진으로 역성장한 타겟(TGT)의 동일 매장 매출액 성장률을 고려하면 월마트의 강한 체력이 눈에 띈다"라고 전했다.

최근 빅테크기업의 주가가 흔들릴 때 월마트만 상승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월마트 매출의 절반 이상은 식품에서 온다. 월마트는 미국 식품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AWA)가 전체 영업이익의 47%를 차지하는 아마존과는 실적 구성이 다르다.

유안타증권 황병준 연구원은 "미국 소매 업황의 성장세가 계속 둔화되고 있지만 식료품 소매는 실질 수요가 회복되는 국면이라 월마트는 수혜를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식품시장의 강점을 고도화시켜서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줄였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지연되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저소득층 중심의 소비 둔화 우려가 확대됐다. 그러나 월마트는 프리미엄 식품 라인을 선보이면서 고소득층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신한투자증권 조상훈 연구위원은 "미국 내 강력한 오프라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인도 시장에 진출하거나 스마트TV 업체 비지오를 인수하는 등 신시장 개척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라며 "'유통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는 게 월마트"라고 극찬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