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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날개 단 K원전, 고준위방폐법 처리로 힘 실어줘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1 19:05

수정 2024.07.21 19:05

방폐장 계획 없으면 EU 수출 불리
임시저장도 포화직전, 대안 찾아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연합뉴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연합뉴스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성공하면서 후속 원전 수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탈원전 기조를 뒤집고 원전으로 회귀하는 가운데 이를 적극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원전으로 돌아선 나라에선 앞다퉈 대규모 원전 건설계획을 내놓고 있다. 지난주엔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던 이탈리아가 34년 만에 원전 재도입을 공식화했다. 시장 팽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산업을 뒷받침할 법과 제도 구축이 시급하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처리부터 여야가 즉각 나서야 할 것이다. 특별법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과 관리 등을 담은 것이 골자다. 수년째 여야 대치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지난 21대 국회 회기 막바지에 여야 간 극적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극한의 정쟁 국면에서 법안은 뒤로 밀렸고, 결국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도 여당은 4건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지금도 특검법, 탄핵청문회 등 첨예한 여야 대치 속에 제대로 된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미뤄지면 원전 수출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다. 유럽연합(EU)은 앞서 친환경 투자기준인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에 원전 산업을 추가하며 2050년까지 고준위 방폐장 건립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고준위 방폐장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채권 발행금리가 높아져 원전 수출에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원전 상위 10개국 중 방폐장 부지 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나라는 인도와 우리나라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방폐장 건설이 계속 지연될 경우 국내 원전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은 미봉책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두고 있는데, 이마저도 2030년부터는 포화상태에 이른다. 2030년 한빛 원전, 2031년 한울 원전, 2032년 고리 원전의 임시저장수조가 차례로 가득 차게 된다는 것이다. 그 전에 방법을 찾지 못하면 원전 출력을 줄이거나 운영을 아예 중단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급박한 상황이다.

야당은 법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처리 의사를 밝혔으면서도 매번 막판에 다른 이유를 대며 법 처리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엔 해상풍력법 등 재생에너지 관련법과 함께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화급한 국가과제가 된 방폐장법은 재생에너지와 상관없이 우선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 세계 41개국에서 414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고, 60기가 건설 중인데 현재 92기의 건설계획이 확정됐다.
여기에 향후 신규 추진될 원전 시설은 대략 300기에 이른다. 시장 규모는 2035년까지 1650조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이 원전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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