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역시 귀여우면 답이 없다. 일루미네이션의 애니메이션 영화 '슈퍼배드 4'는 진부한 스토리에도 압도적인 귀여움을 발산한다. 미니언들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특유의 익살스러움과 엉뚱함도 녹슬지 않았다. 주인공 그루의 막내 아들은 등장 내내 관객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말 그대로 귀요미 옆에 또 귀요미다.
영화는 전직 빌런에서 악당퇴치연맹 요원으로 변신한 그루와 과거 라이벌이자 악당 맥심 르말의 대결을 그린다. 그루는 자신이 체포했던 맥심이 앙심을 품고 탈옥하자 가족을 데리고 안전 가옥이 있는 메이플라워로 향한다. 이 곳에서 그루는 태양광 판매원 '쳇 커닝햄'으로 신분을 위장하지만 이웃집 소녀 파피에게 자신이 과거 빌런이었던 사실을 들키게 된다. 파피는 자신을 도와 악당 고등학교 교장실에 있는 꿀벌 오소리를 훔쳐야 한다고 그루를 협박한다.
스토리는 단조롭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정도는 아니다. '슈퍼배드 4'는 기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관객의 시선을 잡는 전략을 택했다. 이번 영화에 새로 등장하는 그루 가족의 막내 아들 '그루 주니어'가 대표적이다. 그루 주니어는 '보스 베이비'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외모를 지녔지만 유독 아빠 그루에게만 호락호락하지 않다. 바늘로 풍선을 빵빵 터트리며 그루를 놀라게 하는 가 하면 악당고의 경보 장치를 뚫고 아장아장 기어가는 장면은 후속편에서 그루 주니어의 활약을 예고하며 궁금증을 자극한다.
슈퍼배드 시리즈의 감초 미니언즈는 비중이 줄었지만 존재감은 적지 않다. 멜빵 바지 대신 슈트 차림으로 스포츠카를 모는 '에이전트 미니언즈', 특수 약물을 맞고 슈퍼 히어로로 업그레이드된 '메가 미니언즈'로 등장하는 이 귀여운 조연들은 어딘가 부족하고 어설픈 모습으로 영화의 웃음 버튼이 된다.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따라가다 보면 반가운 K팝 노래들도 들린다. 미니언들이 버스를 타고 악담 전담 처리반으로 향하는 장면에선 블랙핑크의 '붐바야'가, 그루의 아내 루시가 위장 신분으로 헤어살롱에서 일하는 장면에선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가 귓가에 맴돈다. 보너스는 또 있다. 파피의 분홍색 휴대폰 케이스와 아지트에 붙은 '버터' 포스터를 보면 관객들은 그가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ARMY)임을 눈치채게 된다. 다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다 보니 이야기가 다소 산만하게 흘러가는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뭐든 귀여우면 끝이라고 하지 않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95분의 러닝타임이 순삭된다. 그루와 맥심이 함께 부르는 노래에 맞춰 역대 빌런들이 춤추는 마지막 장면은 뭉클하기까지 하다.
'슈퍼배드 4'는 북미에서 '인사이드 아웃 2'를 밀어내고 2주 연속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12~14일 4465만 달러(박스오피스 모조 기준)를 벌어 들여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슈퍼배드4'는 북미에선 총 2억1100만 달러, 북미 외 나라에선 매출액 2억2670만 달러를 달성했다. 지난 1편은 매출액이 5억4300만 달러, 2편(2013년)은 9억7000만 달러, 3편(2017년)은 10억3500만 달러였다. 국내에선 오는 24일 개봉한다. 하지만 대규모 유료 시사회로 '변칙 개봉' 논란을 빚은 건 유쾌한 가족 영화 '슈퍼배드'의 흠집 같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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