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아침이슬' 부른 김민기 학전 대표 별세.. 향년 73세(종합)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2 11:08

수정 2024.07.22 14:26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 열어
황정민 김광석 등 문화계 스타 배출
김민기 학전 대표 / 사진=뉴스1
김민기 학전 대표 / 사진=뉴스1

1970~80년대를 풍미한 노래 '아침이슬'의 작곡가이자 가수인 김민기 학전 대표가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 대표가 전날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무려 33년간 일궈온 대학로 소극장 학전이 지난 17일 아르코꿈밭극장으로 다시 문을 연지 4일 만이다.

서울대 재학중이던 1970년대부터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한 고인은 '아침이슬', '아하 누가 그렇게', '친구' 등 대표곡을 남겼으며, 극단 학전 대표로 '공장의 불빛'(1974), '지하철 1호선'(1994), '개똥이'(1995), '의형제'(1998) 등의 공연을 제작·연출했다.

■미술 전공하다 가수의 길..."김민기 데뷔 음반, 금지곡 지정"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김민기는 경기중·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미술에 몰두해 1969년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했으나 붓을 놓고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1970년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하며 가수 양희은의 대표곡이 된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1971년 발표한 데뷔 음반 '김민기'는 검열의 시대에 출반 직후 압수됐고 수록곡 '늙은 군인의 노래', '친구' 등은 줄줄이 금지곡이 됐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봉제 공장과 탄광에서도 일한 그는 1977년 봉제 공장에서 일하며 '상록수'를 발표했다. 1984년에는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했다.

또 1991년 3월 음반 계약금으로 '문화예술계 인재들의 못자리를 만들겠다'며 대학로에 소극장을 열고 저작권료를 쏟아 부어 극단 학전을 운영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학전, 황정민 김광석 윤도현 안치환 등 문화계 스타 배출

지난해 11월 15일 폐관한 학전은 지난 33년간 예술인들의 배움터가 됐다.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렸던 배우 김윤석, 황정민을 비롯해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매 공연 오디션으로 새로운 배우를 선발한 '지하철 1호선'은 스타들의 등용문이었다. 1994년 초연한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 최초로 라이브 연주를 선보인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공연 횟수 4000회, 누적 관객 70만명을 기록하며 소극장 뮤지컬의 새 역사를 썼다.

또 한국 K팝의 시초로 꼽히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인기를 끌면서 설 자리를 잃은 통기타 가수들은 학전에서 관객과 만나며 라이브 콘서트 문화를 꽃피웠다. 학전에서만 1000번 넘게 공연을 열었던 고(故) 김광석은 학전이 낳은 최고 스타였다. 가수 윤도현과 유리상자는 학전에서 첫 공연을 열었고, 영화 '기생충'의 음악감독 정재일 역시 학전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경력이 있다. 노영심, 안치환, 동물원 등 통기타 가수들이 학전에서 관객을 만났다.

학전은 큰 수익이 남지 않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공연에도 힘썼다.
2004년 '우리는 친구다'를 시작으로 '고추장 떡볶이', '슈퍼맨처럼!' 등 매년 꾸준히 어린이 공연을 제작해왔다. '고추장 떡볶이'는 지난 3월 15일 학전의 마지막 작품이 됐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슬하에 2남이 있으며,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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