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하반기 전공의 모집 시작됐지만...'파행' 가능성 높아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2 15:28

수정 2024.07.22 15:28

어떤 유화책에도 돌아오지 않았던 전공의들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대거 돌아올 가능성↓
의대 교수들도 보이콧 움직임 보이고 있어
과부하 비상진료체제, 빨간불이 켜질 전망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뉴시스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 전공의 모집 관련 포스터가 부착돼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22일부터 시작됐지만 모집 첫날부터 파행 전망이 나오는 등 험로가 예상된다.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더 많은 전공의가 지원할 수 있도록 수련특례를 비롯해 다양한 유화책을 마련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1만명이 넘는 전공의의 의료 현장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자가 많이 몰리지 않을 경우 현장의 의료대란 위기감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먹구름 낀 '하반기 전공의 모집'

2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빅5(서울대·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세브란스)' 병원을 포함한 전국의 수련병원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해 이달 말까지 지원을 받는다.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사직 처리가 시작됐고 전공의를 채용한 151개 병원 중 110개 병원에서 사직이 처리됐다. 1만4531명의 56.5%인 7648명이 사직 및 임용 포기로 처리됐고 수련병원들은 7707명을 하반기에 모집한다.


정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통해 의정갈등 이후 지속되고 있는 의료공백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채워 의료 정상화를 노리고 있지만 하반기 전공의 모집의 흥행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하반기 전공의 모집 보이콧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등 의료개혁에 반발하면서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골자로 하는 7대 요구조건 이행을 정부에 요구한 바 있다. 이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정부는 이미 확정된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재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명백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정부는 전공의들의 처우와 수련 인프라를 개선해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전공의들에게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이들의 입장은 완강하다.

전공의들 뿐만 아니라 교수들도 저항하고 있다. 병원이 정부의 요청과 압박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일정에 응하더라도 교수들이 이를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의대 교수들은 사직한 전공의들 자리에 새로운 전공의들을 뽑는 것을 거부하면서 이 같은 모집 절차가 강행된다면 교육을 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소속 일부 교수들은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고 다른 의대와 병원으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연세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역시 이날 성명서를 내고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대해 "현 상황에서 이들을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정부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병원이 세브란스와 상관없는 이들을 채용한다면 그것은 정부가 병원 근로자를 고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정부에 "더 이상 꼼수와 헛된 수작을 부리지 말고 한국의 의료를 위해 모든 것을 되돌리는 책임있는 선택을 하고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복귀시켜라"며 사태 초기부터 전공의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를 받아들이라고 강조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SNS를 통해 "전공의들과 교수들의 뜻과 관계없이 '가을턴(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뽑는 건 환자 살리는 총알 빗발치는 전쟁터의 전우애를 산산조각 내는 일"이라며 "한번 전우애가 상한다면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들의 생명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가을턴은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비상진료에도 빨간불 켜지나

한편,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먹구름이 끼면서 비상진료체제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중증 및 응급 환자 대응을 위해 비상진료체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5개월을 넘기면서 현장에 남은 의료진들에게 과부하가 걸리고 한계가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순천향대천안병원이 전문의 부족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운영에 차질을 빚었고, 천안 단국대병원도 비상운영체계에 돌입하는 등 파행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성명을 통해 "현장을 지키는 의료진의 탈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일부 병원의 응급실 파행은 시작일 뿐 추가 응급실과 의료계의 붕괴는 예정된 수순"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90% 이상의 응급실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응급의료기관 400여개 중 70%는 원래 전공의가 없던 곳이고, 수련병원 대부분은 파행 운영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이 무너지면 지역 응급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하고 전체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초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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