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인도계 흑인 여성 후보 해리스, 바이든 보다 더 '왼쪽' [바이든 사퇴]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2 16:11

수정 2024.07.22 16:11

흑인 아버지와 인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 여성 해리스
州 검사 출신 정치인, 2020년 대선 경선에서 바이든과 충돌
법인세 높이고 보편적 복지 강조, 바이든보다 좌파 색깔 강해
민주당 안팎에서 부동층 잡으려면 좀더 중도적인 성향 주문
백인 남성 러닝메이트로 색깔론 중화 가능성
오바마 등 민주당 원로들은 아직 해리스 지지 안해...'미니 경선' 가능성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3월 14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임신 중절 클리닉에 방문한 모습.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3월 14일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의 임신 중절 클리닉에 방문한 모습.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인도계 혈통의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올해 미국 대선에서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민주당이 해리스 덕분에 흑인 및 여성 유권자의 표를 모을 수 있겠지만 부동층의 표심을 잡으려면 백인 남성을 러닝메이트로 기용하는 등 중용이 필요하다고 관측했다.

'최초' 달고 다니는 인도계 흑인 여성
해리스는 1964년 10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아버지 도널드 J. 해리스와 어머니 샤말라 고팔란 사이에서 태어났다. 올해 59세다. 도널드 J. 해리스는 자메이카 출신 흑인 이민자로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고팔란은 인도에서 고위 관료 집안에서 태어나 미국 UC버클리 대학원에서 영양학과 내분비학을 전공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에서 결혼한 고팔란은 생물학자로 활동했으며 딸이 7세가 되던 해 이혼해 캐나다로 이주했다.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해리스는 미국으로 돌아와 1981년 미 워싱턴DC의 흑인 대학 하워드대학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는 이후 캘리포니아주 UC헤이스팅스의 로스쿨을 거쳐 1989년에 변호사 자격을 얻었고, 1990년부터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사로 일했다. 2014년 변호사인 더글러스 엠호프와 결혼했다.

해리스의 경력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다. 그는 2004년에 흑인 여성으로는 최초로 샌프란시스코 검사장에 올랐고 2011년에도 흑인 여성으로 최초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임명됐다. 해리스는 2016년에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에 당선되었으며 흑인 여성으로는 2번째, 남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첫 당선이다.

그는 2020년 미국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 경선에 도전했지만 선거 자금이 부족해 2019년 12월 중도 하차했다. 해리스는 2020년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정확한 날짜와 시간이 기록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정확한 날짜와 시간이 기록되지 않은 어린 시절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바이든보다 더 왼쪽
해리스는 임신 중단과 대마초 합법화에 찬성하며 총기 규제 강화를 외치는 동시에 이민자 정책은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환경 규제 강화 및 공공의료 확대를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가 그동안 주장했던 정책 중 일부는 바이든보다 왼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법무장관 및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보편적 의료 서비스와 노동 계급에 유리한 세금 혜택을 강조했다.

해리스는 2019년 경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을 취소하고 대신 연 소득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 미만의 국민에게 월 최대 500달러의 환급이 가능한 세액 공제를 제공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해 부유층 재산세를 인상하여 3000억달러(약 417조원)를 마련한 다음 교사 급여를 올리자고 제안했다. 해리스는 경선 중에 법인세율을 21%에서 35%로 올리자고 역설했으며 이는 바이든이 요구한 인상 목표(28%)보다 높은 수치였다.

오픈AI 등에 투자한 미국의 대표적인 IT 벤처캐피털 코슬라벤처스의 비노드 코슬라 창업자는 해리스와 관련해 민주당이 더 온건한 후보를 골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전당 대회에서 적절한 절차가 있고, 순위 선택 투표가 있기를 바란다"며 "많은 '좌파' 무리가 종교 때문에 해리스를 지지하고 있다. 다른 후보가 나서면 상황이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51세)와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52세)를 태그했다. 이어 "이들이 미국을 위해 좋을 것"이라며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 캠프 선거 구호)의 극단주의자와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극단주의 사이에서 인질로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를 방문해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함께 대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를 방문해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함께 대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백인 남성 러닝메이트 검토할 수도
민주당 역시 해리스의 취약성을 알고 있다.

21일 NYT는 민주당 내부에서 해리스의 지지 세력을 키우고 선거 캠프의 인구 통계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로 백인 남성을 골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NYT는 로이 쿠퍼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67) 앤디 버시어 켄터키 주지사(46), 샤피로 등을 부통령 후보로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 관계자를 인용해 해리스가 이날 샤피로와 쿠퍼, 버시어와 개별적으로 전화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샤피로와 쿠퍼는 21일 바이든의 후보 사퇴 및 해리스 지지 선언 직후 해리스를 공식 지지한다고 밝혔다. 두 주지사 모두 해리스처럼 자신의 선거구에서 법무장관을 지냈다.
버시어는 바이든에게 후보 사퇴를 권했으나 해리스 지지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은 다음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11월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한다.
앞서 지역 경선에서 바이든이 확보한 대의원들은 바이든의 후보 사퇴로 인해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자유를 얻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