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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카카오 김범수 구속, 플랫폼 전반 쇄신 계기 삼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3 18:08

수정 2024.07.23 18:08

시세조종 혐의로 법원서 영장 발부
사회적 책임 다하고 경영 혁신하길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으로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검찰에 구속되면서다.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도주 우려까지 인정돼 구속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다. 검찰은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하려는 시세조종을 한 혐의를 내세운다. 이 과정에 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김 위원장이 시세조종 계획을 사전에 보고받고 승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혐의 사실을 부인하며 어떠한 불법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구속된 것만으로 의혹을 사실로 단정할 순 없다. 검찰이 구속 기간 김 위원장을 상대로 구체적인 시세조종 지시, 관여 사실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재판에서도 지난한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의 구속은 단순히 성공한 벤처기업인의 흥망성쇠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대표 플랫폼의 위기는 곧 국가경제의 위기와 직결된다. 아울러 카카오의 경영위기는 여타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를 대변하는 것과 같다. 카카오 사태만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카카오처럼 대형 플랫폼이 흔들리면 협력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는 국내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을 포함한 IT산업 생태계에도 적잖은 충격을 준다는 의미다. 플랫폼 공룡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을수록 해외 빅테크의 공습이 더욱 거세질 수도 있다. 국내 플랫폼 주도권이 해외 플랫폼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의 혐의에 면죄부를 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사실 카카오 외에도 네이버 등 국내 주요 플랫폼 업체들은 최대의 성장 위기를 겪고 있다. 어쩌면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 시장을 빠른 시간에 개척하는 과정에서 한 번 겪어야 하는 문제들이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카카오는 이번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혐의 전부터 잇따라 물의를 일으켰다. 플랫폼 시장의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여러 업종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후 스톡옵션을 매각해 거액의 차익을 챙긴 사건은 국내 대표 플랫폼업체의 신뢰를 추락시켰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도 공정성과 도덕성 논란을 낳았다. 지난 2022년 10월 경기 성남의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벌어진 카카오 먹통 사태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혐의는 그간 카카오 경영논란의 정점이 될 수 있다.

김 위원장 구속을 계기로 국내 플랫폼업계가 새로 거듭나야 한다.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이름만으로 기업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한 점은 없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최고경영자 공백 상태에 빠진 카카오 역시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특단의 경영쇄신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검찰 조사 역시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엄중한 조사를 하되 무리하게 조사한다는 여지를 남겨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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