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마약중독자에서, 이젠 마약류 퇴치에 앞장 서는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 <下>
심신 모두 망가져 매일 비관만 하던 시절
어머니의 이해와 격려로 치료 이어나갈 수 있어
이기원 온누리교회 목사 등 많은 이들의 도움받아
중독예방·재활 지식 나누며 세상에 보답할 것
심신 모두 망가져 매일 비관만 하던 시절
어머니의 이해와 격려로 치료 이어나갈 수 있어
이기원 온누리교회 목사 등 많은 이들의 도움받아
중독예방·재활 지식 나누며 세상에 보답할 것
■"'회복 불가' 판단에도 가족이 버팀목"
전씨는 '라이브 방송 사태' 이후 지난해 3월 28일 한국에 돌아왔다. 귀국과 함께 단약을 시작했다. 전씨는 마약류를 단약하는 과정이 지옥과도 같았다고 이야기했다. 감정기복이 심해 우울증에 시달렸고, 몸의 균형이 깨져 조금만 걸어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고통이 끝날 것이란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씨는 "나 스스로를 뇌가 망가져 사회복귀가 불가능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아 자살 시도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한 행동들이 쉽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마약류 투약으로 인한 형사적인 죄까지 더해져 더 이상 인생을 회복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지난해 3월 초 라이브 방송을 하며 약을 대량으로 삼킨 뒤 구조돼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하지만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너무 힘들다 보니 주변 사람에게 매일매일 부정적인 이야기만 하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 비관적이다 보니 당연히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 계속해서 집에 은거하며 살았다. 사회생활을 안 하다 보니 비관적인 생각은 나날이 커져만 갔고,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전씨의 '히키코모리' 인생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은 가족이었다. 전씨는 "계속해서 부정적인 말만 하는 나를 어머니께서 이해해주고 나무라지 않고 계속 치료받고 회복할 수 있게끔 격려했다"며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인지행동치료 등을 받을 엄두도 못 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조성남 전 원장, 남경필 대표 등이 날 살려"
한 사람이 마약류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전씨는 개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조력자 역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히키코모리로 있던 시절 어머니의 추천으로 이기원 온누리교회 목사를 알게 됐다. 이 목사는 내가 마약류 중독에서 벗어나게 해준 조력자"라며 "시간이 되면 나를 만나주거나 계속해서 나에게 교인을 소개해 주면서 재사회화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회복하게 해주는 등 사회에서 격리된 채 나락으로 빠지던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었다"고 말했다.
전씨는 자신을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이 목사뿐만 아니라 남경필 J&KP 대표(전 경기도지사)와 조성남 전 국립법무병원장, 박상규 대학을위한마약및중독예방센터(DAPCOC·답콕) 사무총장 등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전씨는 사회적으로 자신의 쓰임새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답콕에 참여하면서 예방사역에 동참하니 '나같이 실패한 인생도 사회적으로 좋은 뜻에 사용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이제껏 살면서 저지른 죄가 너무 커서 도움 될 일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 스스로를 죄악시하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내가 받은 도움 꼭 나눌 것"
전씨는 이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마약류가 자신과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여러 통계를 보면 한국 역시 더 이상 마약류 중독에서 안전하지 못한 사회"라며 "그런데 답콕을 통해 대외적으로 교육에 나가면 교육대상자 대다수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교육자인 나의 역량 부족이 가장 큰 이유이지만, 어떻게 하면 더 진솔하게 교육 대상자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앞으로 중독예방·재활에 관한 전문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를 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 원장으로부터 여러 지식을 교수받을 때마다 궁금증이 해소되기보다는 더 큰 궁금증에 직면하는 등 중독예방·재활 분야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조 원장의 권유에 따라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자신의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나는 운이 좋게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이 같은 경험은 보통의 중독자들이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그렇기에 이들의 믿음과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마약류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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