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SM엔터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혁신의 아이콘' 만들었으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발목 잡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면서 카카오가 그동안 펼쳐온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100인의 최고경영자(CEO) 육성을 경영 철학으로 내세우며 계열사를 늘려왔는데 무리한 사업 확장이 골목상권 침해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졌고 김 위원장 구속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23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124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수치(147개)보다 23개 줄었다. 카카오가 이처럼 계열사 정리에 나선 건 그동안 카카오가 사업을 문어발식으로 확장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카카오톡)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뒤 카카오톡을 연계한 플랫폼을 잇달아 내세웠다. 간편 결제 서비스(카카오페이), 택시(카카오T)뿐만 아니라 쇼핑, 골프, 대리운전, 배달, 운수, 미용, 부동산 등 서비스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이 영향에 카카오 계열사는 2015년 기준 45개에서 2021년 6월 기준 158개로 늘었다.
문제는 이러한 카카오의 사업 확장이 소상공인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택시 예약 서비스로 콜택시 이용자 수를 크게 늘린 뒤 가맹 수수료 인상을 단행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돈을 벌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카카오 콜택시 사업 확대 영향에 수많은 소규모 콜 서비스 업체가 문을 닫은 터라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택시업계 생존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카카오 공화국'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2021년 당시 김 위원장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골목상권 침해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에는 계열사를 100개 미만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계열사 정리가 완료되기 전에 기존 계열사에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회사의 불공정 사업 운영 등 여러 의혹이 불거졌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상장 후 스톡옵션을 매각해 거액의 차익을 챙긴 '먹튀 논란', 카카오모빌리티 매출 부풀리기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알고리즘 조작으로 가맹 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승객 호출을 선점하도록 했다는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이러한 문제가 나온 데는 김 위원장이 계열사 자율 경영을 존중하면서 조직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생긴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계열사 CEO들에게 독자적으로 투자 유치, 기업공개(IPO)을 장려하는 등 자율 경영 기조를 이어왔다.
문제들이 하나둘씩 나오자 김 위원장은 CA협의체에 경영쇄신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을 직접 맡았다. 기존 자율경영체제에 벗어나 중앙집권체제로 조직을 개편하면서 '문어발 확장' 오명을 씻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혁신의 아이콘' 이미지를 쌓아온 카카오는 무리한 사업 확장에 발목이 잡히게 됐고 김 위원장 본인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위기를 맞았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최대 구속 기간은 20일로 검찰은 20일간 SM엔터 주가조작 가담 여부를 조사한 뒤 재판에 넘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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