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나가수'처럼 R&D 주제를 청중이 뽑았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4 11:00

수정 2024.07.24 11:00

DGIST, 서바이벌 경연으로 연구제안 평가
DGIST 에너지공학과 인수일 교수가 지난 23일 DGIST 학술정보관에서 열린 '2024년 창의도전연구(N-HRHR) 최종 발표 평가'에서 아인슈타인 가면을 쓰고 자신의 연구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DGIST 제공
DGIST 에너지공학과 인수일 교수가 지난 23일 DGIST 학술정보관에서 열린 '2024년 창의도전연구(N-HRHR) 최종 발표 평가'에서 아인슈타인 가면을 쓰고 자신의 연구 주제를 설명하고 있다. DG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고의 가창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가수가 경연을 벌이는 '나는 가수다'처럼 연구자들의 연구 주제를 청중들이 뽑는 행사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개최됐다. 발표자들은 청중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평소에 입지 않던 옷을 입고, 아인슈타인 가면을 쓰는 등 다양한 발표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23일 치뤄진 DGIST의 '2024년 창의도전연구(N-HRHR) 최종 발표 평가'는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송철 교수와 에너지공학과 인수일 교수가 선정됐다. 두 교수는 각각 5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다.

청중평가단에 참여한 한 학생은 "정부가 젊은 연구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소액이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한다면 연구자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들이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DGIST에 따르면, 지난해 과학기술계가 부침을 겪으면서 의기소침 해진 분위기를 전환하고 연구제안 활성화와 연구자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색다른 방식으로 연구제안 평가를 진행했다.

'2024년 창의도전연구(N-HRHR) 최종 발표 평가'라는 행사에 걸맞게 연구가 성공하기 어렵지만 획기적인 주제여서 성공할 경우 가져올 효과가 큰 연구다.

이날 연구자들이 제안한 연구 주제를 살펴보면, 뇌에 자극을 줘 학습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 정밀 의료용 안전 혈관 이미징, 식물을 모방한 스마트 외피, 멀티모달 프로브, 세상에서 가장 작은 비행 로봇, 반도체 공정 기술을 이용한 자석 제작, 충전이 필요없는 꿈의 전지 등이다.

DGIST의 '2024년 창의도전연구(N-HRHR) 최종 발표 평가'가 지난 23일 학술정보관에서 열린 가운데 청중평가단이 발표자의 연구 주제를 듣고 있다. DGIST 제공
DGIST의 '2024년 창의도전연구(N-HRHR) 최종 발표 평가'가 지난 23일 학술정보관에서 열린 가운데 청중평가단이 발표자의 연구 주제를 듣고 있다. DGIST 제공
이날 7개팀은 각각 10분간 발표하고 질의 응답 시간을 거친 뒤, 공개 평가단은 각 연구주제에 대해 리모콘으로 점수를 입력해 최종 2팀을 선정했다. 평가단은 DGIST 학부생들과 대학원생, 연구원, 교수 등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총 50명이 청중으로 구성됐다.

7개팀이 발표한 다양한 연구주제는 신규성과 진보성, 사회적 가치, 구현 가능성에 얼마나 많은 점수를 받느냐가 평가점수를 결정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DGIST 신경호 연구부총장은 시작에 앞서 "연구자들의 경연 발표에 앞서 문제를 알고 있지만 생각하기 어렵거나 엉뚱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인지를 평가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 연구가 향후 가져올 경제적 가치나 문화환경적인 지구의 지속성을 위한 가치도 평가할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7개팀은 DGIST의 간판 교수이자 연구원이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투입되는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한 경험도 다양하고,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금이 5000만원에 불과한 경연대회에 참여한 이유는 무얼까.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김봉훈 교수는 "우리 교수들이 이런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청중 평가단으로 참여한 학부생들에게 공유하고자 발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표로 학부생 뿐만아니라 대학원생, 교내 직원들과 소통의 장이 된 것 같아 너무 좋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송철 교수는 "3개월간 발표를 준비하면서 똑같은 연구 주제임에도 다른 분야의 연구자 의견을 들으면서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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