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광화문 100m 국기 게양대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4 18:05

수정 2024.07.24 18:05

김경수 전국부장
김경수 전국부장
광화문을 중심으로 동서로 펼쳐진 조선의 궁궐과 도성은 대한제국의 쇠락 이후 철저하게 유린됐다. 가장 치욕적인 사건은 조선침략의 거두였던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기 위해 지어진 사당 박문각을 꾸미기 위해 경희궁 정문인 흥화문을 떼어간 것이다. 경희궁터 안에는 일본인 고위층 자제들을 교육하기 위한 중학교까지 세워졌다.

심지어 훼손된 경희궁터에는 해방 이후에도 서울시교육청, 서울역사문화회관, 적십자회관 등까지 들어서면서 궁궐의 위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경희궁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동쪽의 궁궐인 창덕궁·창경궁을 지칭하는 '동궐'과 대비시켜 '서궐'로 불렸지만 이젠 옛말이 됐다.


또한 일제는 경희궁 인근 돈의문(서대문)을 전차궤도 복선화를 위해 허물어 버렸다. 철거한 돈의문의 기와와 목재는 경매에 부쳐졌다. 남은 석재는 도로를 까는 데 썼다.

조선의 심장부인 경복궁터 안에 거대한 조선총독부 건물까지 세워서 민족 정기를 완전히 끊으려 했다. 조선총독부 건물은 해방 이후에도 반세기가 지나 김영삼 정부 시절에야 철거됐다. 경복궁은 복원됐지만 경희궁, 서대문 등의 수많은 옛 유물들은 여전히 옛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성장기에 도심 개발에 먼저 집중하다 보니 대형 유물 복원은 뒷전이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문화유산 복원에 한창이다. 도심 박물관인 경주나 로마처럼 서울이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오 시장은 역사와 어우러진 정원도시를 꿈꾸고 있다. 도심 개발과 함께 역사 복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오 시장의 역사 복원은 이미 민선 4기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조성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민선 8기 들어 더욱 활발해졌다. 도로가 점령했던 광화문의 월대를 복원했다. 또한 일제가 끊었던 종묘와 창경궁 사이 '왕의 길'을 다시 이었다. '창경궁-종묘 연결 역사복원사업'은 오 시장의 과거 재임 시절인 지난 2011년 첫 삽을 떴지만 완공하기까지 무려 12년이 걸렸다.

오 시장은 돈의문 복원도 재추진하기로 했다. 돈의문은 사대문 중 유일하게 현존하지 않는다. 돈의문이 복원되면 한양도성 사대문이 완벽하게 부활하게 된다. 서울역사박물관~강북삼성병원 사이 왕복 8차로 400m 구간에 지하차로를 만들고 그 위에 돈의문과 공원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의 '민족 정기 살리기 프로젝트'는 도성 및 궁궐 복원에 그치지 않았다. 서울시는 창덕궁과 종묘, 인사동, 경복궁 등을 잇는 문화 연결고리인 '열린송현 녹지광장'도 조성했다. 경복궁 옆 소나무숲이 우거졌던 송현동 부지는 일제강점기에 식산은행의 사택이 들어섰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대사관의 숙소였다.

다만 복원 중인 역사적인 유적지 인근에 이전에 없던 조형물과 기념관 조성까지 검토되면서 찬반론이 최근 일고 있다. 서울시는 이승만기념관을 이곳 송현동 공원으로 검토했다가 타당성을 두고 반발이 일어나자 한발 물러섰다.

또한 서울시는 최근 월대를 복원한 광화문 앞에 100m 높이의 국내 최대 크기 태극기 게양대를 세운다고 밝혔다가 찬반론이 일기도 했다. 인근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세종대왕 조형물들과 조화를 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결국 서울시는 광화문 앞 초대형 태극기 조성을 두고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더 수렴키로 했다.

광화문광장에 초대형 태극기를 상시 내거는 것이 어렵다면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보는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본다. 올해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파리의 상징물인 개선문에는 초대형 프랑스 국기가 혁명기념일 등에 간헐적으로 내걸리면서 오히려 세계적인 볼거리가 됐다.


꼭 실물 태극기가 아니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 브라질의 대표 상징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초대형 예수상은 최근 '빔프로젝터 매핑' 기술을 적용해 한복을 입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에 빔프로젝터 초대형 영상 태극기를 연출해도 좋을 것이다.

rainm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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