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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의 세상만사] '탄핵 청원' 청문회는 위법이다

노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4 13:00

수정 2024.07.24 18:05

일반안건 청원 청문 가능
탄핵은 발의후 할 수 있어
이견 기록으로 남기는 것
노동일 주필
노동일 주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이 글을 쓴다. '국민청원'을 빌미로 대통령 탄핵 청문회를 여는 것은 위법이라는 기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일부 논자들은 국회 국민청원 심사를 위해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생각이다. 헌법과 국회법 등을 유기적·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청원 방식의 탄핵안을 심사하는 청문회는 위법이라는 논리적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청원 절차를 명시한 국회법(제123조 이하) 관련 부분은 이렇다. "국회에 청원을 하려는 자는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기간 동안 국회규칙으로 정하는 일정한 수 이상의 국민의 동의를 받아 청원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의장은 청원을 접수하였을 때에는 그 청원서를 소관 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사하게 한다.
" "위원회는 의결로 필요한 사항을 파악하여 보고하게 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진술을 들을 수 있다." '청문회'에 관하여 국회법은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의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부터 증언·진술을 청취하고 증거를 채택하기 위하여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규정한다. 5만명 이상의 국민 청원이 있으면 의장은 소관 위원회에 회부하여 심사하게 하고, 위원회는 심사에 필요할 경우 그 의결로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탄핵안은 법사위 소관이고, 법사위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여기까지만 아는 것은 '하나만 아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안건의 경우는 맞지만 탄핵안은 전혀 다른 절차를 밟아야 한다.

헌법 제65조 탄핵소추 관련 부분은 이렇다. "대통령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회법 제11장에서 규정한 탄핵안 처리 관련 규정을 보자. "탄핵소추가 발의되었을 때에는 의장은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 "법제사법위원회가 탄핵소추안을 회부받았을 때에는 지체 없이 조사·보고하여야 한다." "(전항의) 조사에 관하여는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조사의 방법을 준용한다." 탄핵안 발의→탄핵안 보고→본회의 의결→법사위 조사→청문회 개최. 국회법에 따르면 명백하다. 탄핵안은 일반 의안과 달리 탄핵안이 먼저 발의되어야만 본회의 보고와 의결을 거쳐 법사위가 청문회 등의 방법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 탄핵안이 발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회의 의결 없이 청문회를 여는 것은 위법이라는 결론 외에 다른 해석의 여지는 없다. 민주당이 추진한 '검사 탄핵'의 경우도 탄핵안을 발의하고 나서 청문회 개최를 추진한 바 있다. '대변 탄핵' 운운 등 부끄러운 내용이 국가의 공식 문서인 탄핵소추안에 들어 있고, 여론의 비판과 검사들의 반발에 주춤하고 있을 따름이다.

대통령제의 원형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탄핵은 연방하원의 탄핵소추 결의안 발의로 시작된다. 탄핵안이 발의되면 하원 법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고, 법사위가 탄핵 사유의 존재를 인정하면 탄핵소추안을 하원 본회의 표결에 부치게 된다.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하원에서 탄핵안이 의결되면 상원에 넘겨지고 상원 재적 100명의 3분의 2 이상, 즉 67명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탄핵이 결정된다. 탄핵안이 발의되어야 법사위 조사 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논리적 법률해석은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나 비판에는 아랑곳없이 민주당은 지난 19일에 이어 26일 청문회를 강행할 게 분명하다.
논리보다는 누구 편인지가, 국민을 위한 활동보다 이재명 (전) 대표의 방탄을 위한 탄핵 바람잡이가 그들에게는 더 중요하다. 그래도 이런 글을 쓸 수밖에 없다.
서글프지만 난장판 와중에도 이견을 제기한 사람이 있다는 기록이라도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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