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티몬 사태로 최소 피해액 1000억… 구영배 신화 저무나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4 18:19

수정 2024.07.24 18:19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일파만파
여행상품 이어 소비재 판매 멈춰
은행 대출 중단…카드 거래도 막혀
셀러·협력사·소비자 불안감 커져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대금 정산 지연 피해를 호소하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인기척을 확인하며 서성이고 있다. 뉴시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티몬 사옥 앞에서 대금 정산 지연 피해를 호소하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인기척을 확인하며 서성이고 있다. 뉴시스
국내 최초 오픈마켓인 G마켓을 창업하며 유통계 신화를 썼던 구영배 큐텐 대표의 신화가 금이 가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 큐텐 계열사인 위메프와 티몬 정산 지연 사태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이제 금융권에서도 거래 정지가 내려지고 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피해 규모는 최소 1000억원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금을 정산 받지 못한 판매자는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티몬에선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 뿐만 아니라 소비자 환불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행상품뿐 아니라 상당수 소비재 판매 역시 중단됐다.

큐텐그룹 유동성 부족 사태는 계열사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큐텐에서는 해외판매 대금 정산이 미납되는 일이 발생했고, 이달 초엔 위메프가 정산 지연 사태를 빚었다. 위메프 미정산 사태 당시 업체 측이 단순 전산 오류라고 해명했던 것과 달리 최근 티몬까지 정산 지연 사태가 번지면서 위기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티몬과 위메프는 고객이 결제하면 대금을 보관했다가 판매자별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큐텐은 지난 2022년 9월 티몬, 작년 3월과 4월에 각각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인수했다. 구 대표가 G마켓을 이베이에 매각할 당시 조건이 '한국에서 10년간 겸업 금지'였기 때문에 싱가포르 기반으로 큐텐을 설립했고, 약속 기간이 끝나자 큐텐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업체를 잇달아 인수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2월 위시를 인수하고 3월에는 애경그룹 AK플라자의 온라인쇼핑몰 'AK몰'도 사들였다

문제는 잇달아 인수한 업체들의 재무 상태와 수익성이 모두 좋지 않다는 점이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몸집을 불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 위메프와 티몬이 정산과 환불 지연 사태를 겪으면서 큐텐그룹의 재무 상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위메프·티몬에서는 여행상품 판매 중단에 이어 백화점, 홈쇼핑 등의 소비재 판매도 잇달아 중단되고 있다.

페이 대란도 발생하면서 티몬과 위메프에서는 카드 결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티몬 캐시의 페이코 포인트 전환과 해피머니와의 거래, 포인트 전환도 중단됐다.

해당 플랫폼에서 사업을 영위하던 판매자들 중 대금을 결제받지 못한 일부는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을 찾아가기도 하는 등 혼란이 극심하다.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도 이날 오전 '큐텐 부도 사태, 현재 물건 구매시 주의해야 하는 쇼핑몰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위메프, 티몬, 인터파크쇼핑, 위시 플러스, AK몰 등 큐텐 계열사 플랫폼이 나열된 경고 메시지가 전파되는 등 미정산 사태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까지 위메프와 티몬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 결제액과 고객, 판매자를 기준으로 추정 피해자와 피해 규모는 정확하게 추산되지 않고 있다. 다만, 위메프와 티몬 등 큐텐그룹 계열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파트너사는 모두 6만곳으로, 이들 3개사의 연간 거래액은 2022년 기준 6조9000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위메프와 티몬의 하루 결제 추정액이 382억원인데, 정산 지연이 보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최소 1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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