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 대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조카의 아들에게 “그냥 죽게 놔둬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과거 트럼프는 부상당한 참전 용사와 전사자들을 ‘패자(loser)’, ‘멍청이(suckers)’라고 비하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미 언론은 "사회적 약자 등에 대한 그의 냉담한 발언이 또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조카의 아들 향한 막말 논란
2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의 조카 프레드 트럼프 3세는 “장애를 갖고 태어난 셋째 아들의 치료비 비용을 문의하던 중 삼촌(트럼프)이 ‘그는 너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냥 죽게 내버려 두고 플로리다로 이사하는 게 어떠냐’는 말을 했다”라며 "매우 끔찍하고 잔인한 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프레드는 이날 시사주간지 타임에 기고한 글에서도 트럼프가 재임 중 장애인에 대해 “그런 사람들은 그냥 죽어야 한다” “죽게 둬야 한다”는 식으로 수차례 말했다고 폭로했다.
프레드는 알코올 중독에 빠져 1981년 사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친형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의 아들이다. 프레드의 셋째 아들 윌리엄은 날 때부터 극심한 발작 증세를 보였고, 커가면서 뇌성마비도 앓았다.
프레드는 병명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아들을 키워내야 했다. 수차례 고비를 넘겨 윌리엄이 15세가 된 뒤에야 아들의 장애가 ‘칼륨 패널 결손’이라는 유전 결함에 인한 것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우리 가문은 그렇지 않다. 우리 유전자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당혹스러워했다고 프레드는 기억했다.
프레드는 아들을 돌보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일가로부터 재정적 도움을 받고 있었다.
트럼프 재임 당시 프레드는 중증 장애인 지원 제도 확충을 위해 트럼프와 백악관에서 45분간 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프레드는 기고에서 “회의 때 삼촌은 중증 장애인에게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비서실장에게 지시했으나, 회의가 끝나자 나에게 ‘그런 사람들은 그냥 죽게 놔두는 게 낫지 않나’라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이후에도 트럼프는 프레드에게 “(아들이) 너를 알아보지도 못하지 않느냐”며 “(아들은) 그냥 죽게 놔두고 (내 별장 마러라고가 있는) 플로리다로 내려가는 게 낫겠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 이달 30일 '회고록' 출간
프레드는 이달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트럼프 일가,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됐나’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출간할 예정이다.
WP는 “(책에 묘사된) 트럼프 가족 모임은 마치 누가 가장 못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서로 경쟁하는 듯한 악몽처럼 들린다”며 “만성적으로 독성이 강하고, 자기애적이며 교활하고, 잔인한 트럼프 가족 세대의 불쾌한 초상화”라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불과 며칠전 공화당 전당대회에 트럼프 일가족이 충출동해 트럼프를 ‘매우 배려심 많고 사랑스러운’ 할아버지이자 가장으로 그렸었다”며 “이와 대조되는 싸늘한 태도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캠프 스티븐 청 대변인은 “완전히 조작된 최고 수준의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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