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로 변신한 박동기 전 롯데월드 대표
[파이낸셜뉴스] “한 기업의 대표로 치열하게 살다가 은퇴를 하고 나니 허전하더라고요. 내려놓고 걸어서 세상을 돌아다녀 보자 했던 게 책까지 쓰게 됐죠.”
말단 사원으로 시작해 능력을 인정받아 롯데월드 대표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 있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소개되는 박동기 전 롯데월드 대표(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만 5년 간의 대표 생활을 마치고 은퇴한 그가 최근 여행작가로 인생의 제2막을 열었다.
최근 ‘대기업 사장보다 신나는 온 세상 맹렬 걷기’를 펴낸 박 작가는 책 제목 그대로 걸음 하나로 전 세계를 누볐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스페인 산티아고, 일본 가고시마, 몽골,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미, 튀르키예 등을 다녀왔다. 1년 동안 해외에 머무른 날이 120일에 달한다.
박 작가는 31일 “한 기업의 대표 자리를 내려놓은 후 한동안은 친구들과 골프를 치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시간을 보냈다”며 “하지만 이런 날이 반복될수록 어딘가 허전하고,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늘어 버킷리스트였던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니 자신만의 ‘걷기 3원칙’도 생겼다. 첫 번째는 조건을 달지 말고 일단 무조건 가자. 두 번째는 가능한 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고 걷자. 세 번째는 너무 돈을 의식하지 말자는 것이다.
박 작가는 “스페인을 다녀온 후 트래킹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원칙을 세워 제대로 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최근에는 '약간의 긴장감을 갖자'는 4원칙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장감이 너무 없이 트래킹에 나설 경우 오히려 사고가 날 수 있다”며 “트래킹을 하기 전 북한산이나 도봉산을 서너 차례 가서 연습하고, 준비한다”고 전했다.
책을 쓴 계기와 관련해 박 작가는 처음부터 집필에 뜻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감정과 소감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일기를 쓰던 게 어느새 모이고 모여서 책이 됐다는 설명이다.
박 작가는 “소중했던 순간들을 하루 지나면 다 잊어버리는 것이 싫어 기록을 하고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며 ”일기와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함께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지인들이 "재밌다" "더 올려달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고, 어느새 여행에서 일과가 됐다. 그 순간들이 모여 어느새 280페이지가 쌓였고, 책으로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박 작가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앞둔 이들에게 루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매일 출근이라는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다가 은퇴를 하고 난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며 “여행, 골프, 등산 등 우선 고정된 시간에 특정한 활동이 있는 자신만의 루틴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젊은 세대들에게는 무조건 해외로 가서 경험하라는 조언했다. 실제로 박 작가는 대표 시절 해외출장을 가는 직원들에게 연차를 추가로 사용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올 것을 권했다.
그는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무엇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능하다면 나가서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이 또 다른 시야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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