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ZIP' 시각예술 지원사업 선정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서 9월 8일까지
1930년대생~MZ세대 작가 신작 전시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서 9월 8일까지
1930년대생~MZ세대 작가 신작 전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은 올해 '시각 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에 선정된 '집(ZIP)' 전시로 세대를 아우르는 16명 여성 작가들의 최신작 총 50여점을 오는 9월 8일까지 선보인다.
'시각 예술 창작산실 지원사업'은 시각예술 분야의 발전에 기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예술위의 문화예술진흥기금사업 중 하나다.
이번 전시는 조각가 최태훈, 미술사연구자 강민지, 독립큐레이터 방수지로 구성된 기획단이 연출했다. 1930년대생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부터 1990년대생 막내 조각가 박소연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동시대 여성 조각가들의 작품을 폭넓게 보여준다.
김윤신과 박소연을 비롯해 박윤자, 한애규, 노시은, 김주현, 신미경, 노진아, 정소영, 정문경, 오묘초, 조혜진, 김태연, 이립, 서혜연, 홍기하 작가가 참여해 나무 조각과 세라믹 추상 조각, 라코타 작업 등을 소개한다.
특히, 조각이나 불상, 도자기 등을 비누로 재현하는 신미경 작가 작업, 솜인형의 재봉을 뜯고 뒤집어 재조립한 형상의 정문경 작가 작업, 자신이 쓴 과학소설(SF)에서 출발한 오묘초 작가 작업, 본인의 신체를 캐스팅해 만든 김태연 작가 작업 등이 눈이 띈다.
김윤신 작가는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을 통해 이번 전시 취지인 지퍼의 '연결고리'를 누구보다 잘 보여준다. 이 작품은 주로 단단한 재료를 이용해 조각했지만 재료를 자르고 벗겨내 생긴 특유의 물성과 비정형적 형태로 제작해 그의 '합이합일 분이분일' 예술철학을 선보인다.
박윤자 작가도 대표작 '위에서 아래로'를 통해 추상화된 인간 형상을 테라코타, 세라믹, 유리를 이용해 표현한다. 구상적이고 계획적인 방식보다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심상을 따라 자연스러운 '연결고리'를 만드는 게 특징이다.
한애규 작가의 대표작 중 '삼족여인'은 점토의 질감과 색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테라코타 기법으로 제작됐는데, 흙을 둥글고 꽉 찬 양감으로 조형해 자연과 대지의 느낌을, 소성(燒成) 과정으로 얻어진 특유의 질감을 통해서 단단함을 자아낸다.
구리와 동, 알루미늄, 철사 등 특수 재질로 조각 실험을 보여주는 작가들도 이번 실험 전시의 취지를 돋보이게 한다. 이를 반영한 오묘초 작가의 'Birth'는 유리와 세라믹, 알루미늄 조각으로 제작됐는데, 미래의 지성체를 현실의 물질로 번안하는 조각 실험을 잘 보여준다.
박소연 작가도 알루미늄 판을 망치로 두들겨 물리적 변형을 가해 '알-트'라는 작품을 제작했는데, '단조 기법'의 새로운 전환을 보여줘 조각 실ㅋ험의 묘미를 전한다.
이밖에 단단한 재질이 아닌, 솜이나 스폰지 등 말랑한 재질로 조각 실험을 보여주는 정문경, 서혜연 작가도 이번 전시에서 주목 받는다. 정 작가의 'Yfoog'는 솜인형의 재봉을 뜯고 뒤집어 재조립한 형상으로, 개인과 집단 사이에 형성된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감정들을 쏟아낸다.
또 서 작가는 대형 스폰지를 뜯어 본인의 몸을 구겨 넣어 제작한 '무제(Untitled)'를 통해 유기적 형태가 조각으로 어떻게 드러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조각과 신체 움직임을 실험했다.
아르코미술관 측은 "조각의 기본 요소를 토대로 조각가들의 작업 방식을 면밀히 살펴보고, 현대미술의 화두로 떠오른 조각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게 이번 전시의 취지"라며 "집 파일(ZIP file)처럼 조형 실험을 한 자리에 모아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