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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에 따르면 직원을 고용해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자는 퇴직금과 세금 관련 제도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알 필요가 있다. 퇴직금 관련 제도의 기초적 내용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크게 ‘퇴직금 제도’와 ‘퇴직연금 제도’로 나뉜다.
‘퇴직금 제도’는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게 골자다. 대다수 영세업체는 이를 채택해 근로자가 퇴직하는 시점에 퇴직급여를 산정해 주고 있다. 이때 급여는 근속기간과 30일분의 평균임금(퇴직 전 3개월 간 일평균 임금)을 곱해 계산한다. 따라서 장기간 근속할수록, 또 퇴직 전 일정기간 임금이 클수록 전체 퇴직금 규모가 불어난다.
‘퇴직연금 제도’는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근로자의 퇴직급여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사업주가 매년 부담금(적립금)을 사외적립기관(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에 납입하고, 근로자가 실제 퇴직할 때 받을 퇴직급여 금액이 사전에 결정된다. 퇴직금 제도와 마찬가지로 근속연수에 퇴직 직전 3개월 일평균 임금을 곱해 산정한다.
다만 퇴직자가 수령하는 금액은 정해져있으나 회사의 경우 운용 수익 혹은 손실 책임을 안게 되므로 그 결과에 따라 이익을 볼 수도, 손실이 날 수도 있다.
후자는 사업주가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의 12분의 1만큼을 퇴직금 재원 마련을 위해 사외적립기관에 납입하면 지급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한다. 나머지는 해당 근로자의 운용으로 채워진다. 퇴직금 성격의 DB형과 달리 추가 납입이 가능하지만 연금 수령금 액수가 상품 운용성과에 달려있어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다.
결국 퇴직금 제도와 퇴직연금 제도를 구분하는 기준은 회사 외부 적립기관에 맡겨 관리하는지 여부다. 문정현 KB증권 세무전문위원은 “회사가 근로자 퇴직금 재원을 자체적으로 통제하고 있자면 퇴직금 제도, 반대로 사외적립기관을 통해 밖에서 운용하고 있다면 퇴직연금 제도”라며 “전자로 운영하던 회사가 후자를 받아들이면 세금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근로자 입장에선 설령 회사가 부도를 맞아도 퇴직금은 외부기관에 보관돼있기 때문에 그대로 보장받을 수 있다. 회사가 취하게 되는 장점들은 더 많다.
매년 일정 금액만큼 퇴직금 재원을 적립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자금 관리가 가능하고, 퇴직급여충당부채가 재무제표에서 감소함에 따라 재무 건전성도 향상된다. 또 퇴직금 체불에 따른 리스크를 제거함과 동시에, 매년 넣게 되는 적립금만큼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절세 효과도 누리게 된다.
문 전문위원은 “퇴직금 제도에선 퇴직금이 근로자 퇴직 시점에 비용으로 인정되지만 퇴직연금 제도하에선 일정 금액을 적립할 때마다 매년 비용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며 “비용 총액 자체는 같을 수 있으나 이후 시점에 한꺼번에 인식하느냐, 해마다 하느냐에 따라 세 부담은 달라진다”고 짚었다.
우리나라 현행 소득에 대한 과세는 누진세율 구조로 돼있기 때문이다. 가령 매년 이익 5억원이 발생하는 법인 사업자가 퇴직금 제도에서 일시에 5억원을 비용 처리하는 경우 절감되는 법인세(지방소득세)는 8250만원이다. 법인세 세율은 과세표준 기준 2억원까진 9.9%, 2억~2000억원 구간엔 20.9%로 적용되는데 5억원을 비용으로 인정받게 되면 소득 자체가 0원이 됨으로써 본래 내야했을 ‘2억×9.9% + 3억×20.9%’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퇴직연금 제도 중 DC형을 도입해 매년 1억원씩 5차례 비용 처리할 땐 매년 2090만원, 총 1억450만원을 아낄 수 있다. 문 전문위원은 “물론 퇴직연금 제도 도입 결정은 회사가 하는 것이고, 강제 사항은 아니다”라면서도 “근로자는 물론 사업자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고려해볼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KB증권 세무전문가와의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세무 재테크 Q&A]는 매월 넷째 주에 연재됩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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