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사도 광산에 조선인 노동자 역사를 현지에서 전시하기로 대략 합의했다고 아사히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가 사도광산에 대해 "등재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여러 지적 사항을 붙여 '보류'를 권고한 뒤 양국 정부는 이를 둘러싼 협의를 벌여왔다.
특히 일본 정부는 한국 측 요구에 어느 정도 다가설 방침을 정하고 조선인 노동자 존재를 현지 전시로 소개할 것과 이런 입장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표명할 방침을 정했다.
다만 양국 정부는 한국 측이 주장하는 과거 사도 광산 내 조선인 노동의 강제성을 어떻게 표현할지 등에 대해서는 막바지 조율을 계속하고 있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46차 회의는 사도광산을 비롯한 신규 등재 안건 28건에 대한 심사를 벌이며 사도광산 안건은 오는 27일 다룰 예정이다.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관례상 WHC 21개 위원국의 컨센서스(전원동의)로 결정된다. 한국도 위원국에 포함돼있다.
앞서 이코모스는 지난달 3가지 핵심 권고사항(상업 채굴 재개 금지 약속·에도시기 이후 유산이 많이 남은 구역 제외·일부 유산의 완충지역 확장 등)에 더해 별도의 '추가적 권고' 항목을 통해 "전체 역사를 현장 수준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을 책정해 시설·설비 등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이는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한국 입장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일 양국 정부 협의 결과가 사도 광산 등재 여부에 가장 큰 변수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하시마(일명 '군함도') 탄광 등 근대산업시설 등재와 관련해 과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전력이 있다.
일본은 하시마 탄광이 2015년 세계유산에 등재될 때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함께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일본은 현장이 아닌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치했고 이마저도 조선인에 대한 차별이나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각하지 않았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