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7·23 전당대회 당일 포착된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은 묘하게 굳어 있었다. 한 대표의 폴더인사는 없었고, 윤 대통령은 어퍼컷을 생략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원팀 기조를 내세운 원희룡 후보 득표율(18.85%)의 3배 이상인 62.84%를 기록하면서 압승을 거뒀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듯 현재 권력은 미래 권력을 이기지 못한다. 주목할 점은 선거인단(당원) 투표 득표율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거의 비슷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이어 윤 정부 집권 3년차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여당이 참패하자 당원들이 변화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당원들이 한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에 여당 주류와 다른 의견을 냈음에도 한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은 변화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한 대표의 밝은 표정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저주가 아니라 지난 정치의 역사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지난 2년간 필자도 국회를 출입하면서 정치인들의 희비를 수도 없이 목격했다. 정치인들은 늘 자신은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 생각이 안일함을 부른다. 책임이 큰 자리일수록 더욱 그러했다.
여권의 핵심 권력으로 부상한 대표의 표정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거대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때, 자신이 제안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 당내 반발이 터져나올 때 한 대표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대야 관계도, 대여 관계도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는 상황이다.
자부심과 자만심은 한 끗 차이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첫 출근길에 웃을 수 있었는지 떠올릴 줄 알아야 한다. 선출직은 당심과 민심이 만들어준 자리다. 자신의 자리는 자기 자신뿐만이 아니라 변화를 요구하는 이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졌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무엇보다 자만심은 그 누구도 설득하지 못한다. 정치신입 한동훈의 여의도 출근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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