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체코 원전 수출의 의미와 과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8 18:31

수정 2024.07.28 18:36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모든 면에서 한수원이 프랑스전력공사보다 우수했다".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건설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체코에는 6기의 원전이 있다. 40년을 운전해 본 국가다. 경제성뿐 아니라, 운전성능, 기술성, 유럽의 안전기준 부합성 등을 철저히 분석했다는 뜻이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로 원자력 역사가 깊은 유럽의 진입 장벽을 넘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

2022년 유럽연합은 원전을 탄소중립의 수단으로 포함했다. 이후 여러 유럽 국가들이 원전 확대에 나섰다. 이번 체코 수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가장 가깝게는 내년에 입찰이 시작되는 네덜란드이고 이어서 스웨덴이다. 계속되는 낭보를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한다.

우선 일관성 있는 원전 산업 정책이다. 원전은 건설 10년, 운전 60년의 장기 사업이다. 원전 도입국으로서는 수출국의 원전 산업이 계속 유지돼야 필요한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다. 원전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면 수입국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체코 측에서도 한국의 정책 변경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고 한다. 그러니 해외에도 신뢰를 주고 국내 원전산업도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원전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중장기 원전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이 로드맵을 성공시키기 위해 법적 이행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원전 산업 생태계의 지속적인 발전도 중요하다. 이번 체코 수주의 배경에는 든든한 원전 인프라가 있었다. 이 인프라를 확대해야 추가 사업에 대한 수출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일례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 제작공장을 확대하는데는 막대한 투자가 든다. 회수 기간도 길다. 해외 수출은 불확실성이 크다. 기업이 시설투자를 하려면 확실한 사업전망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 원전 수요로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 인력양성도 마찬가지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무탄소 전원 확대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원전과 재생을 조화롭게 이용하도록 장기 에너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국내 산업계도 투자에 나서고, 후속세대들이 원자력을 기피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원전 규제의 혁신도 필요하다. 원전의 이용은 안전을 기반으로 한다. 원전 산업에 대한 안전규제가 중요한 이유다. 규제와 산업이 대립 관계를 벗어나 규제가 원전의 안전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미국도 원전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많은 규제 혁신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표준 원전의 이점을 살려서 규제의 효율성을 도모하는 것이다. 규제의 유연성과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성능기반 규제도 있다. 원전 계속운전 심사와 주기적 안전성 평가의 중복 심사제도도 개선해야 한다. 원전 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규제제도의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신뢰이다.
외신이 전한 프랑스의 패인은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라고 한다. 이번에 보여준 팀코리아의 혼연일체된 팀워크가 체코에게는 깊은 신뢰감을 주었을 것이다.
이 팀워크를 바탕으로 K-원전의 계속되는 낭보를 기대한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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