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큐텐, 700억 내겠다 했지만…금융당국 "자금조달 계획 안냈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28 19:15

수정 2024.07.28 19:15

금융당국에 700억원 자금조달 계획 제출 안해
중국자금 600억원 지원설 신빙성 떨어져
자금조달 성사돼도 사태 해결에 턱없이 부족
법조계에선 "기업회생 나서야"
구영배 큐텐 대
구영배 큐텐 대


[파이낸셜뉴스] 티몬·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모기업인 큐텐그룹이 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의사를 금융당국에 밝혔지만 실제 조달 계획은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큐텐 측은 금융당국에 5000만달러(700억원)의 자금조달을 계획하고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 큐텐 측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티몬과 위메프에 해외 계열사인 위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시는 큐텐이 지난 2월 23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북미·유럽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큐텐이 당시 인수 자금으로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을 끌어다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위시 역시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법이나 방식이 알려지진 않았다.

이는 금융당국이 큐텐 측과의 면담에서 티몬·위메프 사태와 관련해 모기업이 책임 있는 자세로 수습에 나설 것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큐텐 측은 700억원 자금조달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아 실제 자금조달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은 "큐텐 측에 자금조달 계획 제출을 요구했으나 실제 자금조달 계획은 아직까지 제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자금 600억원 지원설'까지 거론되면서 큐텐의 자금 조달 방안에 대한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날 권도완 티몬 운영사업본부장이 피해자들에게 중국자금 600억원을 담보로 대출해보려고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에 비춰, 큐텐 측이 비슷한 수준의 자금 조달을 여러 통로로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권 본부장은 '600억원 지원설'에 대해 취재진이 다시 설명을 요청하자 "들은 적이 있다고 말씀드린 거다.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실제로 700억원 자금조달이 성사된다고 해도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현재까지 파악한 티몬·위메프의 미정산액은 1700억원 가량이다. 다만 이는 정산주기가 돌아온 5월 판매대금 기준이어서 6월과 7월 판매분까지 더하면 미정산액은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업계에선 총 1조원에 달하는 티몬·위메프의 추정 월 결제액을 근거로 최대 1조원의 미정산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계열사 자금을 동원한다고 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를 부도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더 늦기 전에 큐텐이 기업회생 절차에 나서야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매자들이 집단소송 등 형사고소에 들어가기 전에 공정하게 변제금을 분배받을 수 있는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수행할 주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큐텐이 1~2개월 내에 자금조달을 하지 못할 경우 밟을 수 있는 공적 절차는 기업회생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회생 절차를 통해 변제금 분배 문제를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인수 의향이 있는 업체가 나타날 경우 변제 재원을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큐텐은 국내 이커머스 1세대로 꼽히는 구영배 대표가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서 설립한 이커머스 업체다. 큐텐은 2022년 티몬을, 이듬해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를 인수하고 올해 들어서는 올해는 AK몰과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위시를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큐텐의 문어발식 확장이 독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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