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00일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국면에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심이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텃밭'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가 가상자산업계와의 관계 재설정에 나서고 있다.
■"관계 재설정" vs "미국을 코인 수도로"
29일 외신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선거 캠프가 최근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과 접촉하기 위해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졌다. 해리스 캠프가 접촉을 시도한 기업에는 미국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 스테이블코인 USD코인(USDC)의 발행사 서클, 시가총액 7위(코인마켓캡 기준) 가상자산 리플(XRP)의 발행사 리플랩스 등이다.
이와 관련 해리스 캠프의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업계와 접촉한다는 결정은 선거를 위한 기부금 유치와 관련이 없다"라며 "궁극적으로 가상자산이 자산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그들과 건설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캠프에 조언을 해온 외부 고문들은 파이낸셜타임스에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재계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 민주당이 ‘반(反)기업적’이라는 인식을 바꾸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한 가상자산 업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과는 대화 자리를 가질 기회조차 없었는데, 해리스 부통령에게 ‘들을 의지’가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해리스 부통령이 비교적 젊고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 출신 정치인이라 기술 친화적인 성향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親)비트코인 대통령'을 외치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는 가상자산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더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한 트럼프 후보는 “미국이 지구의 가상자산 수도이자 세계의 비트코인 초강대국(super power)이 되도록 하겠다”라며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내 행정부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재집권 성공 시 취임 첫날 가상자산 업계의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해고하겠다고 밝히며 "해리스 부통령은 가상자산에 반대하며,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차기 재무부 장관으로 고려하고 있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누가 이겨도 좋다"...비트코인 9700만원까지
가상자산업계에선 대선 후보들의 경쟁이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누가 이겨도 다음 정부의 가상자산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 때보다 유연해질 거라는 기대감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주말 이후 비트코인은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강세 심리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샌티먼트는 "비트코인에 대한 긍정적 댓글과 부정적 댓글의 비율을 측정한 결과 비트코인이 16개월 만에 최고의 강세 심리를 보이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7만달러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강세장의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의 가격은 24시간 전 보다 3.29% 오른 6만9726달러를 기록하며 7만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이번에 7만달러를 회복하면 6월 초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빗썸에서는 전일 대비 2.29% 상승한 9683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의 가상자산업계는 대선 국면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정치자금 감시기관 오픈 시크리츠에 따르면 가상자산업계는 올해 대선 기부금으로 현재까지 1억2100만달러(약 1676억원)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트럼프 후보는 비트코인 2024 컨퍼런스에 참석해 3000만~5000만달러(약 414억~691억원)를 모금한 것으로 보인다. 폭스뉴스의 엘레노어 테렛은 "트럼프 캠프 측에 오는 11월까지 가상자산 모금액을 통해 1억달러(약 1382억원) 이상을 모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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