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필리버스터에 野, 엿새 만에 모두 처리
국민의힘 "거부권 건의"
대통령실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
국민의힘 "거부권 건의"
대통령실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
[파이낸셜뉴스] 이른바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 설치 운영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이미 폐기됐던 법안에 방통위법 개정안까지 포함한 방송 4법을 야권이 강행 처리해 여야가 합의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국회가 소모적인 강대강 충돌만 반복하는 모양새다.
방송 4법은 마지막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EBS법) 개정안이 30일 표결에서 재석 189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되며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방송 4법은 엿새에 걸쳐 '본회의 상정→여당의 필리버스터→야당의 24시간 후 종결 동의안 통과→표결'을 반복하며 차례대로 처리됐다.
방송 4법 중 방통위법 개정안은 상임위원 5인 체제의 방통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상임위원 2인'에서 4인으로 늘리는 것이 골자다. 방송법·방문진법·EBS법 개정안은 각각 KBS·MBC·EBS 이사 숫자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 단체에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대통령 거부권에 따른 재표결에서 부결돼 최종 폐기된 바 있다.
야당은 해당 법안들이 국회에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통과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부 언론은 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고 표현하는데 8개 원내 정당 중 7개 정당이 표결에 참여했다"며 "여당의 단독 반대라고 표현하는 것이 본질에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도 본회의 산회 전 "대통령이 야당과의 대화 및 타협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대한민국 입법부의 오랜 토론을 통한 주요 결정 사항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대해 신중히 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곧바로 거야(巨野)의 폭주로 인한 결과라고 평가하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표결 직후 진행된 규탄대회에서 방송 4법을 "(전임) 문재인 정권이 민주노총 언론노조와 한편이 돼 장악했던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민주당 손아귀에 쥐겠다는 악법 중 악법"이라고 평가 절하하며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하겠다. 결단코 방송 장악 악법이 시행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여야가 합의하지 않은채 야권의 강행처리가 다시 이뤄진 것을 지적,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서울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 주도로 단독 발의돼 사회적 합의 및 여야 간 합의가 없는 야당의 단독 결의로 인한 법안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방송4법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변경 등 공영방송 제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상황이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실 입장"이라고 말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정경수 김학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