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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있을지 모르는데… 월성원전 인근 해수욕장 안 막는다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30 17:59

수정 2024.07.30 19:37

오염수 누출 사고 일파만파
조사결과 나오기 전 매뉴얼 없어
정부 "위험수위 아냐" 자체 판단
국제원자력기구에도 보고 안해
경북도 "매주 방사능 수치 공개
이상 있을시 운영중지 등 조치"
방사능 있을지 모르는데… 월성원전 인근 해수욕장 안 막는다
【파이낸셜뉴스 서울·경주=김태경 김장욱 기자】방사선 오염수 대량 방출사고가 최근 발생한 경북 경주 월성 원전4호기 주변 해수욕장으로 피서객들이 대거 몰리고 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르면 8월로 예정된 정밀 조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는 위험성을 알릴만큼 위험수위는 아니라고 자체 판단중이다.

하지만 이같은 원전 오염수 방출시 정밀 조사결과 나올 때까지 해수욕장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 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매뉴얼조차 없어, 개선이 요구된다. 지난달 22일 가동을 중단하고 정기검사를 받던 경북 경주 월성 4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저장조에 있던 저장수 2.3t이 배수구를 통해 바다로 방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에서 사용후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과 접촉한 냉각수가 대량으로 바다로 누출된 건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폐연료봉을 임시로 넣어 보관하면서 열을 식히는 설비다.

30일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원전4호기의 방사선 오염수 유출사고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누출사고가 안전을 위협할 수준의 단계가 아니라는 게 위원회측의 설명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IAEA의 국제원자력사건등급(INEA)에 따라 고장(0~3등급)으로 분류되는 사안으로 조기 통보 대상이 아니다”면서 “이러한 사안은 조사를 마친 후 원안위의 사건등급평가위원회를 거쳐 통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번 누출사고에 대한 대국민 안전 조치 판단을 두고 행정안전부와 경북도 등은 해양수산부에서 위험도를 측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와 해수부가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행안부는 다만 원전오염수 누출 사고시 인근 해수욕장의 피서객들에게 취하는 매뉴얼이 아직 없다고 인정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29일 월성원전 4호기 사고 현장을 찾았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경북도 관계자는 월성원전과 관련해 "별도로 인근 해수욕장에 내려진 조치사항은 없으며, 해수부에서 매주 포항, 영덕 바닷물 시료를 채취해 방사능 수치를 공개하는데 기준치 이상이면 도에서 운영중지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이번 누출사고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선(울산 동구) 의원은 반복되는 월성 4호기 사고 관련 원전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엄중 문책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한수원과 원안위는 월성1호기 수명연장을 부실하게 추진해 말썽을 일으킨 당사자"라면서 월성원전의 종합 관리부실 문제에 대해 원안위원장과 한수원 사장의 엄중한 문책을 촉구했다.

경주 월성원전 4호기는 지난 1994년 건설돼 오는 2029년 설계 수명이 끝나는 '노후 원전'이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 폐기 이후 수명연장이 추진돼 왔다.

월성 2∼4호기는 모두 캐나다에서 도입해 1980년대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해온 중수로형 원전이다. 월성 2·3·4호기는 2026년 11월, 2027년 12월, 2029년 2월 순차적으로 운영 허가 기간이 끝난다. 정부는 이를 포함해 2029년까지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됐거나 만료될 예정인 원전 10기의 안전성 검증을 토대로 10년 단위로 추가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월성 4호기는 지난 4월 20일부터 가동 중단 이후 정기 검사를 받던 중에 이번 냉각수 유출사고를 냈다. 이번 사고는 뜨거워진 원전 저장조의 물을 식히는 열교환기의 '개스킷' 손상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수원은 유사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캐나다 설계사에 원설계 개념 파악 및 설계 개선과 관련한 기술 자문을 검토하는 긴급 복구 용역을 요청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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