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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정치 현수막 게시대 상위법 위배″ 울산시는 '논스톱' 추진(종합)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30 18:43

수정 2024.07.30 18:43

행안부 울산시 상대로 조례 무효 확인 소송 승소
울산시, 안전한 도시 환경 시민 호응 높아
지역 정당과 협의 정당 게시대 이용 유지
현재까지 정당 현수막 전용 게시대 134곳 설치
'정당현수막 청정지역 선포식' 예정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정당 현수막은 전용 게시대에만 걸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할 수 있다'라는 울산시 조례가 상위법을 위배해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울산시는 대법원을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시민 안전을 위해 정당 현수막 게시대를 계속해 이용하는 방안을 지역 정당과 함께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울산시의회는 행정안전부가 울산시의회를 상대로 제기한 조례안 의결 무효 확인 소송에 대해 지난 25일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가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해당 조례안은 울산시의회가 지난해 9월 제정·공포한 '울산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를 말한다.

당시 시의회는 이 조례를 개정하면서 '정치 현수막을 전용 게시대에 설치하고, 이를 위반하면 철거할 수 있다'라 규정을 신설했다.

이후 계도 기간을 거쳐 개정 조례가 본격 시행된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로는 울산지역 곳곳에 정당 전용 게시대가 설치됐고, 거리마다 난립했던 정당 현수막은 사라졌다.

울산의 조례 제정과 시행은 인천에 이어 전국 두 번째였고, 이후 광주·서울·부산·대구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조례 개정 시도가 이어졌다.

다만 조례 개정 과정에서 상위법인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물법)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이를 근거로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0월 조례를 개정한 울산·광주·서울·부산·대구시의회 등을 상대로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 시도의회가 '정당 현수막에 대한 합리적 게시 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취지로 정부에 옥외광고물법 개정을 건의한 결과, 올해 1월부터 '각 정당은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다'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전용 게시대'나 '철거' 등을 명시한 울산 등 일부 지자체 조례안보다는 훨씬 완화된 수준의 규정이다.

결국 대법원도 "조례안이 현행 옥외광고물법에 없는 전용 게시대 설치 의무를 신설한 것은 법령 우위의 원칙에 위배되고, 법률의 위임 근거도 없으므로 무효"라면서 "개정법은 전국적으로 통일적이고 일률적인 기준으로 정치 현수막을 규율하려는 취지라서, 법령 위임 없이 조례로 법보다 엄격하게 제한하도록 정한 것은 법령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개정 조례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당 현수막 게시대를 운영·관리하는 울산시 사업도 난관이 예상된다.

하지만 울산시는 정당과 협의를 통해 정당 현수막 게시대 사용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만간 정당 현수막 청정지역 선포식도 가질 예정이다.

울산시는 지난해 조례 제정 이후 약 7억25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 120곳에 전용 게시대를 설치했고, 올해 말까지 47곳을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이날 시 관계자는 "최근까지 정당 현수막 전용 게시대를 134곳으로 확대하고 정당에서 적극적으로 정당 현수막 전용 게시대를 이용해 쾌적하고 안전한 도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의 호응도가 매우 높았다"라고 말했다.

정당 현수막 전용 게시대 시책 정착과 시민들의 높은 호응도를 고려할 경우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게 울산시의 판단이다.


한편, 조례를 대표 발의했던 울산시의회 권순용 의원은 "지방자치와 자치입법권 차원에서 이번 판결은 아쉬운 점이 있다"라며 "현행 옥외광고물법을 고려해 시민 보행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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