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관사도 군사기지로 봐야…피해자와 합의해도 처벌"
[파이낸셜뉴스] 군 간부 숙소에서 폭행이 이뤄진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가해자를 처벌하도록 한 군형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김재호·김경애·서전교 부장판사)는 폭행 혐의를 받는 군 간부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지난 2022년 4월 영내 간부 숙소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후배 B씨에게 숯을 던지는 등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두 사람은 합의했고, B씨는 A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재판의 쟁점은 폭행이 이뤄진 장소를 군사 기지로 봐야 하는지였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적용된다. 반면 군형법은 군사기지 등에서 발생한 군인에 대한 폭행에 관해 반의사불벌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영내 간부 숙소는 군사기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으므로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군사법원은 관사가 군사기지에 해당한다고 보고 군형법을 적용해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군형법이 군사기지 등에서 발생한 군인에 대한 폭행에 대해 형법의 반의사불벌죄를 배제하는 것은 군대 내 폭행과 협박을 근절하고 인권 보장 등 건전한 병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군사기지를 군사목적과 구체적인 관련이 있는 임무가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장소에 한정된다고 좁게 해석할 것은 아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폭행이 발생한 군 관사는 단순한 사생활 영역이나 군복지시설의 차원을 넘어 군사상으로 필요한 시설"이라며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며, 출입을 위해 별도의 출입조치가 필요하므로 사생활이 전적으로 보장되는 순수한 사적인 영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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