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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민심을 곡해한 탄핵의 일상화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31 18:23

수정 2024.07.31 18:23

서영준 정치부 차장
서영준 정치부 차장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단어는 탄핵이다. 검사 탄핵, 판사 탄핵, 국무위원 탄핵, 대통령 탄핵까지 탄핵 대상이 한둘이 아니다. 자고 일어나면 탄핵 리스트에는 새로운 이름이 추가된다. 이쯤 되면 탄핵의 일상화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탄핵을 언급하는 주체는 거대야당이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거대야당은 민심의 목소리를 명분으로 탄핵을 거론하고 있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은 국회 청문회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임명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임명장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탄핵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거대야당의 마구잡이식 탄핵 추진은 과연 민심을 반영한 결과일까.

지금까지 이름이 나왔던 다른 탄핵 대상들을 제외하더라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와 관련된 검사들을 탄핵한 것은 민심을 반영했다고 보기에 확실히 무리가 있다. 이날 임명된 이 위원장이 출근과 동시에 탄핵 대상이 된 것도 민심으로 보기는 어렵다. 앞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방통위원장을 포함, 국민 대부분은 이 위원장이 어떤 일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탄핵열차의 종착지가 결국 윤 대통령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물론 윤 대통령에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심이 사과와 반성을 원할 때 애써 외면한 것은 윤 대통령이다. 그에 따른 결과로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은 참패했다. 선거로 정권에 대한 민심의 심판은 일단락된 셈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거대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기어코 성사시키겠다는 심산이다. 민심을 가장한 국회 청문회는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밑그림 작업이다. 각종 특검법 남발과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의 도돌이표 역시 조금이라도 민심을 이반시키기 위한 정치공세로 평가된다. 아마도 거대야당은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한 과정을 순차적으로 밟아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대통령 탄핵은 단 두차례 진행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의 시작은 국회였고, 박 전 대통령 탄핵의 시작은 국민들의 요구였다. 헌법재판소는 노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기각했고, 박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받아들였다. 거대야당은 명심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이 필요할 때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 먼저 나선다. 과거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던 국민들의 뜻이 곧 민심이다.
민심을 곡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syj@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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